30일 새벽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는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왼쪽)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농성에 돌아 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140만을 돌파하며 청와대 청원사이트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쓰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에서는 “여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청와대 청원이 ‘세 과시’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태흠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150만이 되든 200만이 되든, 그런 부분들로 옳다 그르다 (가릴 수 없고) 여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영논리로 가지 않느냐”며 “(민주당)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300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건 의미가 없다” “(민주당) 지지자에 당원만 해도 그 숫자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청원의 숫자는 결국 각 진영의 ‘세결집’을 보여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청와대 사이트에서 청원하는 경우 대체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다고 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으로 로그인 해 투표가 이뤄지는 점 등을 볼 때 중복투표 가능성도 존재하며, 게다가 한국당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청와대 청원 사이트 참여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당 해산 청원이 백만을 돌파하고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베트남·북한 통한 조작설’ 등을 제기하면서 도리어 여론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두고 난감해 하는 기류는 흐른다. 정진석 의원은 1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번 청원 논란은 북한이 ‘자유한국당 해체’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매일 한시간 단위로 언론이 선동 기사를 써대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상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이 ‘세 과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당 해산을 청원 문제로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정당은 헌법에 명시돼 있고 헌법재판소에서 사유가 있을 때 해산되는 것”이라며 “(청원으로) 이러한 장난을 치는 지금 문재인 정부의 여론조작과 여론 몰이가 국가에 바람직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 홈페이지의 베트남 트래픽 증가’에 대한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청원이 정치적 약자의 주장을 담아내고 어두운 곳을 비추는 도구로 순기능을 하고 있는지, 사회 갈등을 양산하는 세 과시의 도구로 사용되는지 살펴보고 보완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0일 청와대의 반박이 나온 뒤 (
▶관련 기사 보기 : 국민청원 ‘베트남 접속 조작설’에 “0.17% 불과” 청와대 반박) “청와대의 3월 베트남 트래픽 유입 설명에 따라 해당 트래픽이 4월 말에 진행된 정당 해산 관련 청원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작다”며 의혹 제기를 철회하고, “트래픽 데이터를 검증하자는 취지로 요구한 정보공개가 타 정당(자유한국당)의 정치인에게 인용돼 ‘청원에 동의한 100만명 중 14만명이 베트남’ 같은 관련 없는 이야기로 번져간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같은 주장을 덧붙였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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