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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광주에서 ‘물세례’ 받은 황교안…시민들 “석고대죄하라”

등록 2019-05-03 19:26수정 2019-05-03 19:37

송정역 패스트트랙 규탄대회
5·18 단체 등 100여명 거센 항의
황 대표, 시민들에 막혀 20분 고립
시민들 물 뿌리자 경찰 ‘우산 방어’
결국 역내 고객접견실로 피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5.18 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5.18 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자유한국당이 주최하는 ‘문재인 스톱(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가 열릴 예정이던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 집회 시작 30분 전인 오전 10시부터 이미 광장을 메운 사람들은 한국당 지도부나 당원들이 아니었다. 집회를 반대하는 100여명의 광주 시민이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취임 뒤 처음으로 광주를 찾는다는 소식에 5·18 희생자 유족 10여명도 광장에 나왔다. 황성효 광주진보연대 사무처장은 “황 대표가 광주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10여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였다. 양심이 있다면 (황 대표가) 이 자리에 와서 할 일은 5·18에 대해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당은 광장에서 밀려나 인도에서 집회를 열어야 했다. 집회가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항의는 더욱 거세졌다. 황 대표가 “말씀을 좀 들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물러가라 황교안”을 외치는 목소리에 묻혀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했다. 조경태·신보라 최고위원에 이어 다시 마이크를 잡은 황 대표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단체 회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황 대표 뒤에서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해체하라’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마이크를 다시 들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주·전남 애국시민 여러분들께서 피 흘려 헌신하셨는데 지금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잘못된 입법부 장악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장외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1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던 집회는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2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 송정역 광장에서 광주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항의 속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 송정역 광장에서 광주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항의 속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발언을 끝내고 역 안으로 들어가려던 황 대표는 시민들에게 20여분간 가로막혀 고립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이 황 대표를 향해 물을 뿌리자, 경찰이 일제히 검은 우산을 펴고 이를 막는 소동이 빚어졌다. 황 대표는 우산을 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200여m 떨어진 역내 고객접견실로 피했다.

경찰 20여명이 접견실 문 앞을 지키는 동안 5·18 희생자 유족들이 찾아와 황 대표와의 대화 및 사과를 요구했다. 한 희생자 유족은 “만나서 얘기만 하게 해달라. 우리는 할 말이 있다”고 사정했지만 결국 돌아서야 했다. 황 대표는 다른 문으로 접견실을 빠져나와 전북 익산행 열차를 탔다.

황 대표는 이날 호남선을 따라 이동해 전주역 광장에서도 같은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곳에서도 일부 시민이 ‘5·18 망언 자유한국당 해체하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거나, “황 대표가 왜 전주에 오냐”고 항의했다.

전주역 집회가 끝난 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민단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단체들도 있는데,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당정치를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품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며 “호남에 앞으로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사회 여러 영역에서 역할과 공헌을 했던 호남 분들을 잘 기억하면서 온 나라가 함께 가는 자유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18 유족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못 들었다. 나중에 그런 얘기가 있으면 (듣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전날 서울·대전·대구·부산 등 경부선 라인을 타고 내려가며 규탄집회를 했고, 이날은 광주·전주 등 호남선 라인을 타고 올라오며 ‘1박2일 전국순회 투쟁’을 벌였다. 4일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차 집회를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다. 다음주부터는 큰 도시뿐 아니라 전국을 돌며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광주·전주/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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