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접점을 찾아가는 듯하던 여야의 국회 정상화 협상이 또다시 난기류에 휘말렸다. 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질 때마다 추가 요구안을 내놓는 자유한국당의 협상 태도 때문이다. 지난주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재구성을 추가 요구안으로 내놓았던 한국당은 12일 ‘경제실정 청문회 개최’라는 요구안을 새로 얹었다. 6월 국회 개원에 공을 들여온 더불어민주당에선 한국당에 과연 국회 정상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추경이 필요하다면 과연 경제 실정이 어떻게 된 것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중심으로 정책 결정권자들과 청와대, 경제부총리 등을 불러서 경제청문회 하자고 했더니 (민주당은) 묵묵부답”이라며 “모든 것의 근원은 청와대에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전날 국회 정상화 선결조건으로 민주당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출석하는 청문회를 열자는 제안을 추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날 오후 진행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협상이 상당히 진행돼서 (타결이) 될 것 같다 싶으면 새로운 쟁점이 생겨 논의를 다시 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한국당이 ‘경제실정 청문회’를 추가로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경제와 관련해 얼마든지 야당과 일대일 토론도 좋고, 집단토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의 요구는 그냥 ‘경제실정’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부에 대한 공격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협상을 하는 기본적인 태도로 보기 어려운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협상 태도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남은 상처가 크지만 우리는 조금씩 상대에게 빈 공간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 다 이기려 하거나 너무 많이 이기려 하면 돌아올 것은 다시 대결과 갈등의 길뿐”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경제청문회 실시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원내대표는 다만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오면 한국당 안을 포함해 처음부터 논의에 임한다는 정신으로 합의 처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국회 정상화 선결조건 가운데 하나인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처리 포기’ 요구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김규남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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