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14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의 새로운 연계조건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19일로 예정된 6월국회 회기 종료일까지 추경안 처리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경두 장관 해임건의안의 본회의 상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국회 본회의 일정을 이틀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이틀 동안 열지 않으면) 사실상 추경 협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뒤 본회의 표결에 부치려면 이틀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하루 본회의’ 일정을 고집하며 해임안 처리를 원천 봉쇄하려고 한다는 얘기였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에서 사실상 이틀로 합의됐었던 본회의를 이제 와서 여당은 본회의를 하루밖에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는 정 장관을 위해 사실상 ‘방탄 국회’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15일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법에 따라 장관 해임건의안은 발의된 뒤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만 하루(24시간)가 지난 뒤 표결할 수 있다. 보고된 뒤 72시간(사흘) 이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건의안은 자동 폐기된다. 최소한 이틀의 본회의 기간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여야가 합의한 19일 본회의 하루 전(18일)에도 본회의를 열자고 민주당에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경을 정쟁적인 이슈의 볼모로 잡는 것은 국민을 위한 태도가 아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본회의가 사실상 이틀로 합의됐었다’는 나경원 원내대표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달 24일 합의문에 담긴 것인데, 이 합의문은 한국당이 의원총회에서 부결시켰다”고 반박했다.
추경안 처리의 암초들은 더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추경과 관련해 민주당이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최대 3천억원을 증액하겠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의 선심성 추경이라며 대폭 감액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사일정과 추경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80일 넘게 표류한 추경안 처리는 19일 본회의에서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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