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도서관 ‘김대중 전집 2부’ 발간
최초 공개 사료서 살펴본 대일 인식
최초 공개 사료서 살펴본 대일 인식
<한일우호의 길―상>(1953년).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제공
오늘날 악독한 공산 침략에 직면하여 전 자유진영이 그의 생존을 위해서 굳게 단결하여야 할 차제(此際)에 지리적으로 순치(脣齒)의 관계에 있는 같은 자유진영의 일원으로서 겸하여 앞으로 조직될 태평양 반공동맹에 있어서도 같이 중추적 역활을 하여야 할 한일 양국의 반목 대립은 아주(亞洲) 반공세력의 강화는 물론 전기(前記) 반공동맹의 추진에도 치명적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단적으로 말해서 금일의 절박한 노예와 멸망의 공산 침략으로부터 양국 민족을 구하기 위하야는 일절의 난관을 극복하여 양국민의 우호단합이 엄숙히 요청되는 것이다.
(중략)
현재의 방만 무도한 태도마저 눈감은 채 악수의 손을 내민다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이 이를 불허함은 물론 양국의 우호 협조 그 자체를 위하여서도 결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바는 못 되는 것이다. 한일국교의 새로운 판국에 처해서 우리는 단호히 일본의 옳지 못한 태도의 시정을 얻으므로서만이 진실로 영원한 양국 친선의 튼튼한 기초를 닦을 수 있는 것이다.
(<한일우호의 길―상>, 1953년 10월 2일)
나는 과거 일본과 우리나라 간에 있었던 불행한 역사는 일단 놔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의 황폐화를 딛고 일어서 지금의 일본 국가를 건설한 일본민족의 끈기와 그 생명력, 그리고 성과에 대해 진심으로 높이 평가한다. 또 일본이 지금 아시아에서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입장에 서서 중국과 함께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실, 그리고 그렇다면 일본은 미국이 범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마음으로부터 바라마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본은 이미 그러한 징조를 보이고 있다. 나는 약간의 견해를 일본국민들에게 밝히고, 이것이 장래의 진로 결정에 조그마한 참고라도 되기를 바란다.
일본은 아시아 각국과 접촉할 때 현존하는 정권을 상대로 협력하는 경우에서도 그 근본정신은 어디까지나 “상대는 정권이 아니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고 바라는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략) 두 번째로 경제협력은 어디까지나 상대국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끔 철저한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략) 세 번째로 아시아의 평화와 전쟁위기 해소를 위해 미·일·중·소 4대국에 의한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여, 일체의 분쟁과 대립을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근절할 수 있도록 솔선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일본의 안보와 방위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로 일본은 이미 소련 및 중국과의 국교를 정상화했고 각종 교류를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실적을 활용해 아직 중국, 소련 양국과 국교를 맺지 못한 각 나라들을 중개해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 아시아에서 공산권과 자유 제국 간의 집단적 평화공존의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다섯 번째로 일본은 아시아 각국에서의 민주주의 정착 및 발전이야말로 아시아의 미래를 결정짓는 기본 요건임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자면, 가칭 ‘아시아 민주공동체’를 조직하여 각국의 의회 민주주의, 지방자치, 민주적 시민운동, 그리고 언론 자유의 발전과 올바른 경제협력, 각국 민간의 이해와 선의를 증대시키는 문화교류를 위한 공동의 방안과 협조, 이것들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선두에 나서 진행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아시아 각 국민은 복잡한 눈빛으로 일본을 쳐다보고 있다. 일본은 자기들만 부자가 되면 된다고 생각할 뿐, 같이 살아가지 못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아시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일본의 올바른 비전 확립은 ‘대국 일본’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
(<조국 한국의 비통한 현실-독재정치의 도미노적 파급>, 1973년 <주오고론> 1월호)
김대중 친밀메모(1973년).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제공
<옥중서신> 일본어판 서문 친필 초안(1983년).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제공
세계의 모든 사람들 가운데 일본국민이 뛰어나게 나를 위해 걱정하고 투쟁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이가 없으리라. 이는 그 지리적·역사적 관계로 보나 납치사건 이래의 사정으로 보아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였을 것이다.
일본에서 나를 위하여 수백만의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곳곳에서 데몬스트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때 나는 얼마나 크게 고무되고 감사를 했던가! 일본의 모든 벗들은 내가 옥중생활을 하는 동안 언제나 마음속에서 같이 있었다. (중략) 이와 같이 몇 겹으로 닫혀진 한일 양국민 사이의 문을 뜻있는 동지들과의 협력으로 하로속히 열어 재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다음 세대만이라도 서로 이해와 협력 속에 화목한 이웃으로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한국 사람 중 누구보다도 일본의 여러분과 특별한 인연으로 인하여 일본인과 서로 마음의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 보잘것없는 책이 그러한 목적을 위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옥중서신> 일본어판 서문 친필 초안, 1983년)
이슈강제동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