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전격 사퇴로 2개월 남짓 이어진 ‘격랑’이 가라앉음에 따라 반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비해 지지층을 확장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사태로 등 돌린 중도층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다. 반면 조 장관 사퇴로 ‘표적’을 잃은 자유한국당은 조국 사태가 가져다준 상승세를 이어갈 동력 확보가 시급하다. 지난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0.9%포인트에 불과했다. 한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흐름이다.
■ 민주당의 양대 열쇳말은 ‘검찰개혁’ ‘민생’
‘조국을 지키느라’ 까먹은 지지율을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통해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조국을 통해 지키려 했던 목표의 진정성을 뒤늦게나마 확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것이 민주당 본연의 역할”이란 말도 덧붙였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고삐를 죄는 것은 한국당과 ‘개혁 대 반개혁’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포석의 의미도 있다. 수도권의 한 다선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국 사태를 경과하면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조국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꽤 있었다. 조 장관이 사퇴하고 상황이 일단락된 만큼, 당이 검찰개혁을 착실하게 실행하며 성과를 내면 지지율 하락세는 일단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과 짝을 이룬 또다른 열쇳말은 ‘민생’이다. 민주당에 검찰개혁이 지지율 하락을 저지할 안전판이라면, 민생은 등 돌린 중도층을 되찾을 상승의 도약대다. 이날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론으로 발의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특별법’ 등 민주당이 추진해온 민생 과제를 소개한 뒤 “국정감사가 끝나는 순간까지 민생경제, 개혁, 정책국감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는 ‘삶이 팍팍하다’는 서민과 중산층의 현실 인식이 함께 작용한 만큼, 경제와 민생에서 유능함을 보여줘야 지지율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다. 이해식 대변인은 통화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다시 사려면 경제와 공정성 문제가 중요하다.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정책 이슈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조국은 사퇴해도 “투쟁은 계속”
한국당은 조 장관 사퇴에도 19일로 예고했던 광화문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조국은 사퇴했지만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폭정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국정 전반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비판적 시선을 의식해 집회의 형식은 ‘보고대회’ 등으로 바꾸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통해 민생·외교 문제 등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광화문 집회 등에서 분출된 정치적 불만을 ‘정권 심판론’으로 전환해 총선을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과녁 실종’에 따른 투쟁 동력의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외투쟁에서 ‘반문재인’ 구호만 외쳐서는 총선까지 상승세를 지켜가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조 장관이 사퇴한 상황에서 이전과 똑같은 대규모 장외집회를 이어가는 건 무리다. 집회를 굳이 해야 한다면 새로운 의제나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한국당은 장외집회라는 카드를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세 결집 효과를 누리며 상승세를 탄 당 지지율 때문이다.
다만 원내에서는 패스트트랙 충돌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와 본회의 부의를 앞둔 검찰개혁안 처리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고민거리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손을 잡은 보수의 재통합도 과제다. 한 중진의원은 “이제 ‘조국 특수’는 끝났다. 오른 지지율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보수통합이나 공천개혁 등으로 당의 의제를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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