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서울 여의도시민공원 일대에서 사법적폐청산 검찰개혁 범국민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제11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설치하라! 공수처’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360도 카메라로 찍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오는 31일 예정된 본회의를 시작으로 국회의 입법 일정이 시작되면서 검찰개혁 법안, 선거제개혁 법안의 향방을 가르는 여야의 치열한 수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정치협상회의, 본회의 등 주요 일정도 차례로 예정돼 있어 ‘조국 사태’로 경색된 국면의 전환 여부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9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의 본회의 부의 시한인 만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법안을 두고 여야 4당의 ‘2차 연대’가 성사될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 대표연설로 시작되는 ‘쉴 틈 없는 1주일’
28일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차례로 연단에 선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을 비롯해 검찰개혁 법안 통과를 거듭 촉구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공정’ 키워드가 화두였던 만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이를 강조하고, 민생·경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정국’에서 촉발된 대정부 투쟁 동력을 20대 국회 마지막까지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조국 사태’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외교·안보·인사 정책 실패의 원인을 지적하겠다고 예고했다. 31일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대표발언이 끝나면 본격적인 법안 표결이 시작된다.
■ ‘최대 화두’ 패스트트랙 향방은
주중 예정된 쟁점 중 최대 관심사는 민주당이 우선 처리를 예고한 공수처 법안과 이에 연계된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새로운 타협안을 끌어낼 수 있는지다.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이 한국당의 반발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주목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각각 28일과 30일에 주재하는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과 정치협상회의(여야 5당 대표 모임)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전반기 정책평가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이 정권은 신독재국가를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거법을 고치고 검찰을 장악하려고 한다”며 “원내대표로서 예산 정국까지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고, 슈퍼 예산, 재정 낭비로 인한 ‘재정 만능(주의)’을 막는 것이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교섭단체 3당의 협상 테이블에서 소외된 소수정당은 여야 4당 공조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당까지 동참하는 것을 전제로 한 국회 정수 10% 확대 제안을 내놓았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등도 올해 초 ‘국회 예산 동결을 전제로 한 의원정수 330석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여야 4당이 의원정수 확대를 고리로 적절한 접점을 마련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당은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의 본회의 자동 부의 시점인 29일까지 한국당·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과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당이 공수처법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교섭단체 3당 회동’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2차 공조’의 투트랙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법 처리를 보장해 여야 4당의 극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공수처법의 31일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본회의 상정 법안 164건…‘최악 국회’ 오명 벗을까
3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 164건이 표결에 부쳐진다. 20대 국회의 법률안 처리율은 역대 국회 가운데 가장 낮은 29.4%(9월 기준)에 머물고 있다. 쟁점 법안은 여전히 여야의 이견이 큰 상황이다.
31일 통과가 예상되는 주요 법안으로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뼈대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등이다. 군인으로 복무한 사람을 조사위원 자격에 추가하도록 하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발견하면 반드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신고 의무자'의 범위에 체육단체의 장과 그 종사자를 포함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본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유치원 3법 등은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31일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황금비 김미나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