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권 2년 반에 대한 심판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며 “광화문 10월 항쟁이 혁명이 될 수도 있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정권 2년 반, 무엇 하나 잘한 것이 없는 ‘완전한 실패’의 국정 운영이었다”며 “국민은 이 정권의 거짓말에 속았다. 계속해서 빼앗기고 잃어버려야만 했다. 나라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던 암흑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연설 시간 대부분을 할애해 문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정부의 경제, 일자리 정책을 공격하면서 “경제 성장을 그토록 자신했던 정권에서 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아버릴 위기다. 끝내 포기할 줄 모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국민은 일자리와 소득을 모두 잃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에 한없이 굴종하는 대한민국, 우리 영토·영공이 유린당하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 대통령에 의해 짓밟히는 대한민국, 2년 반 내내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상 직무유기 대통령이었다”고 반발했다. 북한의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침입, 일본과의 갈등 등을 열거하면서는 “대한민국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우습고 만만한 나라가 되고 있다. 무너진 안보의 비참한 대가”라고 공세를 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보수 야권에서 이어지고 있는 ‘광화문 장외 집회’도 언급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를 ‘광화문 10월 항쟁’이라고 규정하면서 “광화문 10월 항쟁의 위대한 국민 뜻을 받들어 위대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도덕과 정의의 논리를 독점하며 비수와 같은 말들로 상대를 공격했다”, “알고 보니 훨씬 더 추악한 불의의 기득권 집단이었다. 탐욕 좌파였던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은 모두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문 대통령도 그렇게 약속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맞는지 묻고 싶다. 진심으로 문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존중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최근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표출된 보수-진보 진영의 민심을 두고 “(광화문 민심도) 가짜 광장, 가짜 민심이 아니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독재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남은 20대 국회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공수처 설치와 선거법 개혁을 언급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유를, 한국당은 박수를 보탰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 자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독재 악법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웃음거리로 전락할 반민주적 폭거”라고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 뒤 기자들과 만나 “20대 국회에 와서 우리 정부 정치가 실종됐다. 무조건 폭압으로 일방적 숫자로 몰아붙였다”며 “광화문 민심을 제대로 읽어서 바꿀 것을 바꿔주고 정책 기조는 물론이고,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미나 장나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