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의 ‘본회의 원천 봉쇄’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오늘 저녁까지 모든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라”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요구에 “민주당이야말로 본회의장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여당과 국회의장이 (본회의 소집을) 거부한 것”이라며 “국회법대로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을 처리한 뒤 (우리가)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가 이날 가장 힘을 주어 요구한 것은 “5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보장”이었다. 최소 5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면 패스트트랙 선거법안 처리를 지연시켜 현행 제도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를 할 5개 법안이) 어떤 법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아이들 안전 법안을 볼모 삼아 야당을 무력화시키려 하지 말라. 합법적 필리버스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의회 독재”라며 민주당과 문희상 의장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지도부가 강경 일변도로 나가자 당내 협상파 의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협상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여론 악화를 감수하고 필리버스터를 밀어붙일 경우 선거법 처리 시간을 늦추겠지만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자칫 예산안마저 우리 없이 처리된다면 선거를 앞두고 우리 쪽 피해가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중재 노력도 이어졌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고,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소권에 제한을 두는 선에서 대타협해야 한다”며 중재안 수용을 두 당에 거듭 요구했다. 오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향해서는 “필리버스터로 국회를 멈추고 패스트트랙을 막아낸다고 해도 국민적 비난과 외면을 뒤집어쓴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설득하는 한편, 민주당에는 “힘으로 밀어붙여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라며 타협을 촉구했다.
정유경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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