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 등의 처리 방침을 논의하기 위해 각 당 원내대표가 국회에 모여 ‘여야 4+1 회동’을 연다. 왼쪽부터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공동취재사진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9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에 지정된 정치·사법개혁 법안 등을 함께 상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4+1’ 협의체는 본회의 개의 전까지 예산안, 선거법, 공수처법 등의 최종 합의안을 수정안 형태로 마련할 방침이다.
■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잠정 합의
민주당 이인영,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김관영 전 원내대표,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은 8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9일 본회의 전까지 수정안을 만들어 오후 1시에 최종 점검회의를 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예산안,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유치원 3법의 순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민생법안의 상정 여부에 대해선) 국회의장 등과 다시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4+1’은 이날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법안 단일안을 확정하려고 했지만, 선거법을 둘러싼 일부 쟁점이 정리되지 않아 최종안 도출에 실패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오후 김관영(바른미래당)·윤소하(정의당)·박주현(민주평화당)·유성엽(대안신당) 의원 등 각당 선거법 실무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각당 의견을 모아 오기로 했는데, 당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듯해서 9일 오전 선거법 실무협상을 다시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의를 하루 더 열어 선거법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각 당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수는 각각 250석, 50석에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어드는 지역구는 호남 등 지역이 아닌 수도권에서 소화하고, 연동률은 50%로 한다는 원칙에도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호남 등 지역 의석수 감소를 막기 위해 ‘4+1’은 인구 기준일을 ‘2019년 1월’이 아닌 ‘2018년 1월’ 등으로 앞당기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이럴 경우 지역의 선거구 인구수가 늘어나 통폐합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지막 남은 쟁점은 비례대표 의석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50석 중 절반인 25석만 50% 연동률을 적용해 배분하고, 나머지 25석은 현행 선거법처럼 병립형으로 배분하자고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머지 야당들이 모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4+1’은 9일 오전 11시30분 선거법 실무회동을 열어 석패율제 도입 등 각론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한 뒤 선거법 수정안을 최종 도출하기로 했다.
■ 예산안은 사실상 합의 끝나
막판까지 진통을 이어가고 있는 선거법과 달리 예산안은 합의가 사실상 끝났다. 민주당은 ‘4+1’에서 마련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수정안을 9일 본회의에 제출하기로 했다.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4+1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쳤다”며 “국회법상 50인 이상의 의원이 수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데 4+1 협의체에 참여하는 의원들과 함께 수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4+1’은 국회법상 규정된 교섭단체의 대표자도 아닌 정파적 이해관계로 뭉친 정치집단일 뿐”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 무리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특정 정파의 결정에 따라 시트 작업을 지시하는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 차관, 예산실장, 국장은 실무자인 사무관에게 불법행위를 지시하는 것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의 남은 변수는 9일 오전 9시에 치러지는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다. 당선된 새 원내대표가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나서겠다고 할 경우,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1야당과 합의하라’며 예산안 등의 처리를 11일 열리는 임시국회로 미룰 수 있다. 이럴 경우 정기국회에선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민생법안 199건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협상에 뜻을 보이지 않을 경우 민주당과 나머지 야당들은 한국당 없이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나설 공산이 크다.
김원철 황금비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