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둘째 앉은 이)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맨오른쪽 선 이)와 대화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과 예산안 합의 처리에 실패한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밤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면서 한국당의 새 원내지도부 선출로 ‘일시 해빙’ 되는 듯하던 여야 관계는 가파른 대치 국면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도 한국당을 배제한 ‘4+1’의 합의로 처리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처리를 두고 교섭단체 3당의 줄다리기가 계속된 이날도 민주당은 ‘4+1’ 테이블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검찰개혁안 처리와 관련한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한국당과 협상을 하면서도 다른 정당들과 별개의 협의체를 가동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한국당의 ‘지연 전술’을 제어하고 협상 국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날 오전 ‘4+1’의 선거제 실무자 협의체에서는 의석수 ‘250(지역구)-50(비례대표)’에 정당득표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안을 토대로, 석패율제와 연동률 적용 의석 상한제 등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쟁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실무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은 4+1 중에서 소수 야당 의견을 존중해 마무리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법은 민주당의 입장을 존중해 세트로 타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오후에 진행된 ‘4+1’ 검찰개혁법 실무자 회의도 단일안 마련을 위해 이견이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공수처 법안 가운데 기소심의위원회를 어떤 상황에서 가동할 것인지, 공수처가 청와대와 ‘직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를 도입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4+1’ 합의를 지렛대 삼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나서더라도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변수는 선거제 개혁안이다.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선거법은 반드시 제1야당과 합의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당 내부에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연동제를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연동률을 기존의 50%에서 얼마나 더 낮출 수 있는지를 두고 한국당과 막판까지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일각에선 국회선진화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삭제 여부를 한국당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에 연루된 한국당 의원들의 불안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으로선 한국당과 합의를 위해 패스트트랙 선거법 원안을 수정할 경우 ‘4+1’ 테이블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9일 집회에서 “패스트트랙 개혁 법안을 11일에 상정하지 않고 또 미루게 된다면, 우리 정의당도 저 심상정도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한다”고 했다. 정치·사법개혁안 처리를 위한 패스트트랙 공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나 수정안 제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안 처리만큼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친문 독재로 가는 공수처와 여당 2·3·4중대에 의석수를 보장하는 연동형 선거제 야합에 끝까지 맞서겠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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