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견학을 온 한 국회의원의 지역구 주민들이 13일 오후 3시 개의 예정이던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3일 여야가 국회 본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자는 데 합의했으나,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에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신청하는 등 지연 전술을 펴 끝내 본회의가 무산됐다.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에 앞서 선거법 수정안을 내려던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도 본회의 무산의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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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정 합의→합의 번복
문희상 국회의장은 저녁 7시35분께 입장문을 내어 “오늘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일정을 감안해 선거법을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3일간 마라톤협상을 벌여서라도 합의안을 마련해달라”며 “16일 오전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갖겠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심재철·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오전 문희상 의장 주재로 만나 본회의를 오후 3시에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법안을 일괄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에 앞서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한 22건의 예산 부수법안 등 각종 민생 법안 200여건도 처리하기로 했다. 대신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출한 ‘제372회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회기결정 안건은 본회의 첫번째 안건이다. 이 안건을 두고 무제한 토론을 벌이게 되면 회기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회가 이어지게 된다. 국회사무처 내부에서는 이 안건에는 필리버스터를 허용할 수 없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당이 반발했다. 한국당은 보도자료를 내어 “2013년 9월2일 본회의 회기결정 안건에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의 토론 신청이 받아들여진 전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이 가능한 안건이니 무제한 토론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간 합의를 뒤집은 것이라며 반발했고, 한국당은 그런 합의를 한 적 없다며 맞섰다.
문 의장은 원만한 본회의 개최가 힘들다고 판단해 오후 3시, 오후 7시 두 차례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소집했지만 심재철 원내대표는 응하지 않았고, 결국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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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잠정 합의안’도 뒤집어져
‘4+1’도 선거법 단일안을 만들지 못해 온종일 우왕좌왕했다. ‘4+1’은 전날 심야까지 원내대표급 회동을 연 데 이어 이날 오전과 오후 내내 선거법 협상 실무 회동을 이어간 끝에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적용’이라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들은 모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애초 민주당은 연동형 적용 의석을 25석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머지 야당이 이에 반대하며 평행선을 그어왔다. 민주당 주장에서 5석을 더 확대한 중재안인 셈이었다.
정의당은 연동형 적용 의석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되자 이날 열린 선거법 협상을 모두 보이콧했다. 민주당은 정의당을 설득하되, 끝내 안 되면 정의당을 제외한 ‘3+1’ 합의안이라도 상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일단 상정한 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동안 다시 협상을 이어가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국회에서 만나 ‘잠정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의당 외 나머지 정당들이 모두 뜻을 모으면 정의당이 따라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나머지 당들이 모두 입장을 바꿨다”며 합의 무산의 책임을 다른 당들에 돌렸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