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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1987년 정당체제 넘어, 변화의 길 앞에선 한국정치

등록 2019-12-27 18:06수정 2019-12-28 02:03

공직선거법 개정안 국회 통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입장을 막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공직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입장을 막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15일 여야 5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큰 틀에서 합의한 지 377일 만이다.

이날 통과된 선거법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원안에 견줘 비례대표 의석이 줄고 ‘연동형 캡’까지 도입되는 등 여러 한계가 있다. 하지만 득표율보다 과대 대표되어온 거대 양당의 몫은 줄이고, 과소 대표된 중소정당의 의석은 득표율에 좀더 근접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개혁성이 뚜렷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의회정치를 지탱해온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에 기반한 양당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확정된 선거법에 따라 내년 4월 치러질 21대 총선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해 치러진다. 연동형 적용 의석을 비례대표 30석으로 제한했지만 제도 취지대로 운영된다면 10석 안팎의 중소 정당이 여러 개 탄생할 수 있는 구조다. 거대 양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는 지금보다 더 힘들어진다. 정당 간 연합이 불가피한 의석 구조가 제도화된다는 뜻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시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새로운 어젠다가 국회에 들어가게 되고, 거대 양당이 입맛대로 국회를 좌우하지 못하니 작은 정당들의 정책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거제 개혁을 이끌어온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전까지는 지지율 10%대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내기 힘들고, 지지율에 걸맞은 의석수도 갖기 힘들었다. 선거법 개정으로 지지율 10% 정당의 의석수가 5석 정도에서 15석 정도로 늘어나게 됐다”며 “‘10%의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되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정이 일상화되는 등 정치 풍토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누구도 과반을 차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정책·입법 연합, 내각 연정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협업이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더기 선거법’이라는 박한 평가가 나올 정도로 원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만큼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너무 제한이 많아서 시민들이 전략적으로 표를 분산하지 않는다면 다당제가 자리잡기 어려울 것 같다. 국회가 좌·우 연합으로 블록화되면서 양당제의 폐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제도 취지 자체가 훼손될 여지도 여전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선거제 개혁을 이끈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으로 첫발을 내디뎌서 비례성을 보완하는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제도만으로는 양당제 시대를 끝내기엔 매우 미흡하다. 21대 국회에서도 선거제 개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성연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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