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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한국당의 입법 봉쇄 뚫고 377일만에 선거법 개혁 결실

등록 2019-12-27 20:25수정 2019-12-28 13:05

선거법 합의서 표결까지 결정적 장면들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통하는 길을 봉쇄하자 질서유지권을 발동시킨 뒤 가장 먼저 선거법을 표결에 부쳤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통하는 길을 봉쇄하자 질서유지권을 발동시킨 뒤 가장 먼저 선거법을 표결에 부쳤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선거제 개혁을 향한 정치권의 여정이 27일 본회의 통과로 결실을 봤다.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통하는 길을 육탄 봉쇄해 문희상 의장의 진입을 방해하면서 2시간40분가량 지연됐다. 문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끝에 한국당 의원들의 저지선을 뚫고 오후 5시40분께 간신히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구호와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문 의장은 가장 먼저 선거법을 표결에 부쳐 재석 167명 중 찬성 156명으로 가결을 선포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뒤 병역법 개정안, 포항지진피해지원특별법안 등 일부 민생법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차례로 처리했다.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 부분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승자독식’의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 다양성이 보장된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는 첫발을 뗐다. 법안 개정을 향한 1년여의 기간 동안 선거법은 여러차례 궤도 이탈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주요 장면 몇 가지를 되짚어본다.

단식에서 단식으로

여정의 첫 장면은 지난해 12월6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이다. 당시 손 대표와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안 공조’에 항의하고,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국회 중앙홀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단식 열흘째인 15일 여야 5당의 전격 합의로 단식을 접었다. 홍영표 민주당, 나경원 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당시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로 시작하는 합의문을 내놓으면서 선거제 개혁의 물꼬가 트였다.

공교롭게도, 선거제 개혁을 막는 방법 또한 ‘단식’이었다. 지난달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가 임박하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반대 단식’을 시작했다. 한국당은 지난 4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된 뒤 지금까지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다.

■ 문희상·4+1…개혁의 ‘신스틸러’들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희상 의장은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과 직접 만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여야에 의견을 모아달라고 촉구하면서 국회 내 협상 테이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후 민주당 주도로 뭉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개혁법안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으나 의원정수 확대 여부를 둘러싼 갈등과 지역구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난항을 겪었다. 3월 중순이 돼서야 의원정수를 유지하면서 연동률을 50%로 낮추는 합의안을 도출했고, 이후에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석패율제 도입 여부 등을 놓고 여러차례 논의가 공전했다.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모인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법안의 ‘캐스팅보터’였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은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당내 이견에도 꿋꿋하게 ‘선거제 개혁’에 힘을 쏟아부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선거제와 얽힌 공수처 설치 법안 처리를 놓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관영 당시 원내대표는 자신의 직을 걸고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공교롭게도 바른미래당은 선거법 처리 과정에서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로 쪼개졌다.

■ 고비마다 불거진 국회법 ‘해석 전쟁’

선거법 개정안이 정개특위·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처리의 고비에 이를 때마다 의원과 보좌진 손에는 ‘국회법 해설서’가 들렸다. 4+1 협의체 주도로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처리를 막기 위해 한국당은 안건조정위원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야는 국회법 해석을 두고 번번이 부딪쳤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입법 봉쇄’를 풀기 위해 ‘쪼개기 임시회’ ‘수정안 발의’ 등의 방법으로 빈틈을 찾아나갔다.

한국당은 지난달 말 민생법안을 포함한 본회의 상정 예상 법안 199건 전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기도 했다. 또 ‘회기 결정의 건’에서도 무제한 토론을 받아달라고 요구하면서 문희상 의장과 충돌을 거듭했다. 국회의장의 권한 범위를 둘러싸고도 수시로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공식 해석 기관이 없는 국회법의 특성상 의장의 판단과 결정이 가장 중요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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