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단-주요당직자 확대연석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인사법으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침 7시 지하철역 출근 인사 → 오전 9시 주민센터별 에어로빅·노래교실 등 방문 인사 → 오전 11시30분 경로당 방문 → 오후 2시 동네 상가 방문 → 오후 6시30분부터 2시간 퇴근길 인사’
수도권 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지난 3일 이처럼 빡빡한 선거운동 일정을 소화했다. 12시간가량 나눠준 명함만 2000장이 넘었고, 적어도 600~700명과 악수했다. 이 예비후보는 5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전날부터 일정을 줄이고 있다”면서도 “당에서 대면 접촉 등을 자제하라고 하지만 경쟁구도에서 나만 선거운동을 멈추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5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는 2051명이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들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만나는 지역 유권자가 적어도 수백명에 이르는 만큼 혹시라도 자신이 ‘전파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각 당이 악수 생략과 선거운동 자제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예비후보들 처지에서는 무작정 손을 놓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현역보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이나 원외 예비후보는 마음이 더 급하다.
각 당은 일단 예비후보자들에게 선거운동 자제 공문을 보낸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보낸 공문에는 ‘악수 대신 눈인사’ ‘마스크 착용 및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 ‘당원 집회, 각종 행사 축소 또는 연기’ 등의 권고가 포함됐다. 자유한국당도 후보들에게 “사무실 개소식을 포함한 명함 배부나 다중이용시설 방문 등 대면접촉 위주의 선거운동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새로운보수당은 명함·악수·대화를 자제하는 ‘3무 선거운동’ 지침을 정했다.
민주당 한 예비후보는 “오전 출근 인사는 차가 많이 지나는 오거리에 큰 손팻말을 들고 서 있고, 낮에는 택시기사 등 작은 소모임 위주로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예비후보도 “소수의 모임이 아닌 거리 유세에서는 아예 다중에게 명함을 나눠주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서로의 욕심을 차릴 때가 아니라 방역에 힘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각 당의 권고 사항일 뿐 이를 어긴다고 불이익은 없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무한 경쟁 구도에서 나만 선거운동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 선거운동의 큰 틀을 잡아주는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정 기간 선거운동 자제 등 정치권 전체가 합의할 만한 구체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디서 누가 균을 퍼트리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감염자가 있으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 특히 후보자는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 팀으로 움직이면서 수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만큼 혹시라도 확진환자가 되면 밀접접촉자는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라며 “소규모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밀폐된 곳에 모이면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이주빈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