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황교안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를 이끌어낸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중진 험지 출마’를 관철하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쇄신 공천의 마지막 단계인 ‘텃밭 물갈이’를 완성하려면 상징성이 큰 중진들의 험지 출마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표적이 된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당을 위해 헌신할 만큼 했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한국당 공관위는 10일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 광역단체장 이상을 지낸 중량급 인사의 출마 지역 문제를 논의했으나 최종 결론은 11일께 내기로 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9일)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를 만나기 위해 밀양과 거창에 각각 다녀왔다. 당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라며 “두 사람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합당한 결정을 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늦어도 내일까지는 답변이 오리라 기대하고 있다”며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고향 출마 뜻을 접지 않으면 ‘공천 배제’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셈이다. 영남 출신인 두 사람의 험지 출마가 좌초할 경우, 쇄신 공천의 핵심인 ‘영남권 물갈이’도 탄력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헌법에 반하는 경쟁자 쳐내기 부당 공천에 순응해 승복할 수는 없다. 자의로 탈당하는 일도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제명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향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이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김 전 지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고향으로 이사해 수만 명의 손을 잡으며 고향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공천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경선을 시켜 달라는 것인데, 당이 ‘출마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공관위는 홍 전 대표의 경우 한때 지역구였던 수도권 강북 지역을, 경남 지역에서 꾸준히 정치 기반을 닦아온 김 전 지사의 경우 경남에서 민주당 세가 강한 전략 지역을 권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당내에는 황교안 대표가 공관위의 종로 출마 요구를 받아들이고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두 사람이 고향 출마를 고집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정유경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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