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황교안 대표(가운데) 등이 양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언주·정병국 의원, 황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장기표 통추위 공동대표. 공동취재사진
보수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총선을 58일 남기고 결국 야권 통합이 현실화했다. 17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이 합친 ‘미래통합당’이 출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새누리당이 분열했던 2017년 2월 이후 3년여 만의 통합이다. ‘분열은 필패’라는 위기감이 보수의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도로 새누리당의 복원’ 수준에 그치게 될지가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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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론 앞세워 “보란 듯 통합”
미래통합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20 국민 앞에 하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식을 치렀다. 113석의 제1야당(한국당 105석, 새보수당 7석, 전진당 1석)에,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 5석까지 더하면 118명의 의원이 야권으로 뭉친 셈이다. 미래통합당의 대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어받았다. 새보수당 유의동 책임대표, 전진당 이언주 대표 등이 참석했고 새로 최고위원으로 선임된 원희룡 제주지사도 모습을 보였다. 새보수당의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출범식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미래통합당 소개 영상에서 얼굴을 보였다.
출범식 무대에 오른 황 대표는 “더 큰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보란 듯 통합을 이뤄냈다”며 “통합의 목적인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는 일에 마음을 모아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고 수차례 ‘정권심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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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을 향한 소구력 커졌다”
미래통합당 내부적으로는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에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 티케이(TK·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이 정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고민하지 않고 한 군데에 투표할 수 있다는 그릇을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며 “예전 양당제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정권 견제가 가능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미래통합당이 보다 중도보수 쪽으로 움직이기 쉬워졌다’는 점을 들어 과거 새누리당과 다른 점을 강조하는 이들도 많다. 태극기 세력이 이탈한 지금 상황이 오히려 중도층을 향한 소구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오만하게 비치는 여당의 최근 행보도 미래통합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밑바닥에서부터 흐름이 바뀐 것이 지역에서도 느껴진다. 예전에는 서울에 있는 아들·딸들에게 (민주당을 찍지 말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이제는 먼저 ‘안 찍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며 “이런 때일수록 금방 낳은 따뜻한 달걀 다루듯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당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미래한국당은 ‘브랜드뉴파티’ 등 보수 성향의 청년정당 3곳이 합류한 점도 확장성을 키울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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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불협화음 등 향후 행보가 관건
틀이 갖춰진 만큼, 향후 어떤 내용을 채울지가 총선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실장은 “방향성이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이 당이 과거에 비해 중앙으로 가는 느낌을 주고 있다. ‘브랜드뉴파티’가 합류하고, 김영환 전 최고위원이 합류하는 등 보수에 왜 사람들이 모일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도 “이런 분위기에서 지도부가 과거 ‘경제민주화’ 어젠다를 내놨듯 조금 더 중도 쪽으로 방점을 찍어준다면, (험지라는) 수도권도 크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첫 과제는 통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어질 공천 불협화음 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보수대통합·정권심판론에 이견이 없던 참여자들이 공천 문제를 놓고 다투기 시작하고 일부가 뛰쳐나가기 시작하면 통합이라는 명분엔 상처가 날 것”이라며 “다만 김형오 위원장이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문제, 홍준표 전 대표의 고향 출마나 의원 불출마 문제를 정리해가고 있는 점을 볼 때 공천 문제도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정유경 이주빈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