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재영입 발표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의 구세주인가, 저승사자인가.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마음은 두 갈래로 나뉜다. 티케이(TK·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선 “우리한테 전화할 땐 제발 ‘안녕하시냐’고 묻지 마라”는 불만 섞인 푸념이 나오지만, 다른 의원들 사이에선 “(친박 중진인) 정갑윤·유기준까지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냈으니 보수에겐 구세주”라는 찬사도 나온다. 떠는 이도 반기는 이도 숨죽인 채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칼집만 바라보기는 매한가지다.
‘티케이에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던 김형오 위원장의 공언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다만 초반의 칼바람은 예상외로 매섭다. 지난 12일 자유한국당의 예비후보 면접 심사가 시작되고 엿새 만에 나온 불출마 선언만 5건이다. 비박계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3선·서울 강서구을)부터 친박 핵심으로 꼽혀온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5선·울산 중구)까지, 중량급 다선 의원들이 불출마 용단을 내렸다. 티케이 지역 면접(19일) 하루 전인 18일엔 장석춘(초선·구미을) 의원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장 자리를 지키지 못했던 것을 거론하며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었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경북 지역의 첫 현역 불출마 선언이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과 최근 통합 과정에서 불출마를 결정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을 제외하면 한국당의 티케이 불출마 선언은 없다시피 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18일 부산경남권 예비후보 면접을 시작하기 앞서 불출마 의원들을 거론하며 “나를 불살라 전체를 구하려는 살신성인의 용단을 높이 평가한다”는 이례적 입장문을 낸 것도 ‘대대적 물갈이’의 신호탄이란 해석이 많다. ‘복지부동’하는 영남권 의원들을 겨냥한 ‘명퇴 종용문’이란 얘기다.
공관위가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불출마하는 사람들의 명예를 존중해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거론되는 티케이 의원들도 “종용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결단이 늦어질수록 압박 강도가 커질 것이란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 공관위 관계자는 “그나마 부산경남권에선 불출마 현역 의원이 전체의 3분의 1 정도였는데, 대구경북은 사실상 없다는 얘기가 언론에서 나오지 않나.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결단이 머잖아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김형오 공관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황교안 대표 종로 출마, 홍준표·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고향 출마’ 만류, 비박·친박계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낸데다 당 지지율도 호조를 보이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에도 탄력이 더해지는 분위기다. 실제 김 위원장은 본업인 ‘공천 관리’뿐 아니라 ‘외부인사 영입’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에 버금가는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지 기반인 영남권에서 누적되는 공천 불만은 언제든 ‘내분’으로 폭발할 수 있다. 새로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이언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자신의 ‘부산 전략공천’ 문제를 언급한 김무성 의원을 향해 “구태”라고 공개 저격했다. 공천심사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탈당 뒤 ‘무소속 연대’를 꾸려 선거판을 흔들 수도 있다. 공관위는 홍준표·김태호 전 지사에 대한 면접 심사를 영남권 심사가 마무리되는 20일 이후 따로 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이주빈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