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도중 잠시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폭풍 전야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면접 일정까지 미뤄가며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19일 미래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오후부터 예정됐던 대구 지역 공천 면접을 하루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공관위는 이날 경남 지역 9곳과 대구 11곳의 면접을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당내에선 “사실상 ‘살생부’ 작성 전 최후통첩 단계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되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좀처럼 불출마자가 나오지 않자, ‘자진 불출마’로 명예롭게 퇴진할 마지막 선택의 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자가) 앞으로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대구·경북 지역 일부 의원들이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자고 나면 목이 붙어 있는지 만져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원들 또한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공관위가 이처럼 대구·경북 물갈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곳이 2016년 총선 당시 ‘진박 공천’의 진원지가 되면서 총선 패배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이번 공천의 성패는 티케이(TK·대구경북)에서 물갈이 폭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경선에 부치지 않고 공천에서 탈락시킬 경우 무소속 출마가 얼마든지 가능해, 또 다른 분열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대부분의 당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의 쇄신 드라이브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 탈락 뒤 따로 출마한다면 지역민들로부터 분열의 원인이 됐다는 원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자리를 넘겨준 지역이나,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은 지역의 현역 의원들이 1순위 ‘컷오프’ 대상자로 꼽힌다. 이들에겐 지도부 차원의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버티기’에 돌입한 티케이 지역과 대조적으로 다른 지역에선 친박·비박을 가리지 않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부산 지역 3선인 이진복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온건 중립파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정권 재창출의 굳건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미래한국당으로 옮겨 개혁의 밑거름으로 저의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험지 출마’로 방향을 트는 의원도 있다. 같은 날 친박계로 꼽히는 안상수 의원은 “험지 출마로 인천 총선 승리를 견인하겠다”며 지역구인 인천 중·동·강화·옹진을 떠나 계양갑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계양갑은 안 의원이 지난 15대 총선 보궐 때 당선됐지만, 그 뒤 줄곧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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