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미래한국당) 창당에 따른 여권과 진보진영의 대응 논의가 이번주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 원로 인사들이 제안한 비례대표용 ‘선거연합당’ 창당 제안에 더불어민주당 일부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선거연합당을 두고 민주당 안에선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활용한 비례의석 싹쓸이를 막을 유력한 대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민주당, 연합정당 합류할까
민주당 일부에서는 리버럴·진보 진영의 비례대표 후보를 한데 모아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자는 주권자전국회의 등의 제안을 남다른 무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부분 도입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데다, 제안을 주도한 인사들의 면모가 함세웅 신부, 이부영 전 의원 등 명망성을 갖춘 상징적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검토는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 반응을 내놓는 민주당 인사들은 이 제안이 ‘꼼수 위성정당’과는 다르다고 본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무시할 수 없는 어른들의 공식 제안이기 때문에 당이 진지하게, 차원이 다른 검토를 할 것이다. 이해찬 대표도 ‘검토해봐야겠다’고 했다”며 “이분들이 만들자는 당은 미래한국당처럼 위성정당이 아니다. 개정 선거법 취지를 살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파견할 수도 있고, 그냥 지지만 할 수도 있다. (가장 적극적인 지지 형태인) 비례후보를 안 내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번주 안으로 당의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비례정당에 대한 논의를 당분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앞으로 최고위 회의에서 비례정당과 관련해서는 일체 논의를 하지 마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례민주당 창당설로 당 안팎이 동요하는 것을 피하고, 비례대표 문제에 대해선 진보 야권과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방침을 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이론상 매력적…현실에선 난제 수두룩
실제 선거연합정당 구상을 현실화하기엔 난제가 적지 않다. 참여하기로 한 정당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작성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당에 몇 자리를,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 등을 정하는 데서부터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정의당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도 변수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창당 과정에서 의원 꿔주기 등 꼼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라며 “이 전략은 진영 간 대결을 고착화해 정권심판론을 부추긴다. 오히려 진보개혁 전체 의석수를 줄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은 채 민주당과 신생 소수정당만 참여한다면 ‘사실상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에 휘말릴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정리하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4·15 총선 후보 등록 기간은 오는 26~27일이다.
■ 백낙청 “지역구-정당투표 전략적 분할투표를”
진보진영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선거연합정당론에 대해 “(비례민주당 같은) 꼼수 정당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시간적으로) 현실성이 별로 없는 제안이다. 냉정을 되찾아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과 정당명부제 투표에서 우호 세력의 약진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구 선거에선 민주당을 지지하고, 정당투표는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등 소수정당에 몰아주는 ‘전략적 분할투표’를 제안한 것이다.
김원철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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