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전국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 등 원내외 7개 정당이 선거제 개혁안 통과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선거연합은 유럽과 뉴질랜드등 정당정치가 발달한 정치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중당·녹색당 등에 ‘선거연합 정당’ 창당을 제안한 정치개혁연합(가칭)의 기자회견문 내용이다. 이들은 ‘선거연합’의 사례로 뉴질랜드의 ‘연합정당’(Alliance)과 스페인의 ‘포데모스’를 들기도 했다. 이는 과연 사실일까?
뉴질랜드의 ‘연합정당’은 1991년 신노동당, 사회신용당등 4개 군소 좌파정당이 모여 창당했다. 당시 뉴질랜드는 소선거구제 1위대표제로, 정당이 받은 득표율이 의석수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있었다. 때문에 뉴질랜드 ‘연합정당’의 창당은 ‘정치개혁연합’(가칭)의 주장처럼 ‘여러 정당이 연합한 뒤 선거가 끝나면 의석수를 나누자’는 구상이라기보다는, 군소정당이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함께 하나의 정당을 만들어 도전해보자는 취지에 더 가까웠다. 실제로 연합정당이 만들어진 뒤 1993년 첫 총선에서 이들은 18%의 지지율을 받았음에도 전체 99석 가운데 2석을 얻는데 그쳤고,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뒤 첫 총선이었던 1996년 총선에서 10%의 지지율을 받아 전체 120석 가운데 13석을 얻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또한 연합정당은 △좌파 경제정책 △생태주의 △원주민 권리 옹호를 뼈대로 한 정강이 있었고, 2015년 해산할 때까지 진보정책을 견지하며 하나의 당으로 계속 활동했다. ‘정치개혁연합’(가칭)의 주장처럼 ‘선거 후 당선자들은 본래 소속된 정당으로 되돌려 보내 정치개혁을 완수토록 하자’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스페인등 유럽의 경우 총선이나 대선 직전 여러 정당이 모인 선거연합이 만들어지는 사례가 흔하다. 기본적으로 이들 국가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다당제 국가이고, 정당만 비례대표 명부를 만들 수 있는 한국과는 달리 여러 정당이 모인 선거연합체가 공통의 비례대표 명부를 만들 권한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선거연합을 꾸리는 정당도 ‘좌파’, ‘중도’, ‘우파’등 최소한의 정치적 이념과 노선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의 급진좌파 정당인 ‘포데모스’가 2016년 총선 직전 보수기독정당인 국민당(PP)에 대항하기 위해 기타 좌파 정당과 구성한 선거연합 ‘우니도스 포데모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학술적으로 ‘선거연합’은 이념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정당들끼리 하는 것이 정설”이라며 “독일이나 스페인처럼 의원내각제 국가의 경우 집권을 위해 정당 득표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선거연합을 하는 경우가 많고, 프랑스와 같은 대통령제의 경우 대통령 결선투표 과정에서 선거연합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결국 위성정당에 대응하기 위해 선거연합정당을 구성하는 것은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개혁연합’(가칭)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래한국당의 의석수 확보를 막겠다는 취지라면 정당득표율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합류가 필수적인데, 성패는 결국 민주당의 합류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병기 교수는 “만약 민주당이 선거연합 정당에 합류한다면 정의당과 같은 기타 진보 정당도 의석수에 손해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막판에 (합류 여부를) 선택해야할 것”이라며 “미래한국당도 자신들이 처음 확보하려했던 의석수보다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위성정당’의 효용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통합당이 주도한 ‘위성정당’과 이에 맞대응하기 위한 ‘선거연합 정당’의 등장은 결국 비례성 확대를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훼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비례민주주의의 취지는 정당의 이념과 가치를 호소하고 지지받은 만큼 의석수를 가져간다는 것인데, ‘위성정당’과 ‘선거연합정당’은 결국 양당제 중심의 대결정치를 지속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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