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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사지에 총알받이로 내모나” 통합당 ‘청년벨트’ 부글부글

등록 2020-03-03 20:58수정 2020-03-04 02:01

청년 후보들 ‘흥행 불쏘시개 발상’ 반발
“경선도 못해보고…” 보이콧 제안도
‘퓨처메이커’ 제외 인사는 되레 안도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신청자 면접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신청자 면접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발표한 ‘퓨처메이커(FM) 청년벨트’ 공천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사지행’, ‘최전선 총알받이’라는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선정된 후보들 사이에서도 “경선도 못 해보고 배제당한 청년들을 험지에서마저 경쟁 붙이는 것이냐”며 ‘보이콧’ 제안까지 나온다.

퓨처메이커 후보자에 오른 신보라 최고위원은 청년벨트 경선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내용 등을 담은 의견서를 공관위에 제출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신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번 경선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새로운 지역에서 뛰게 하려면, 청년들만 모아 경선을 붙이기보다 ‘우선공천’ 방식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다른 후보자들도 비슷한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퓨처메이커 후보자도 “경선을 붙이면 후보를 반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공관위가 ‘청년벨트’로 제시한 경기 수원정·광명을·의왕과천·남양주을·용인을·화성을·파주갑·김포갑 8곳은 미래통합당에는 대표적인 ‘수도권 험지’로 꼽힌다는 점도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당세가 약한 지역에서 청년들을 ‘흥행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발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지난 1일 “(퓨처메이커 경쟁률은) 1 대 1이 될 수도 있고 2 대 1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자체 경쟁해서 가장 좋은 후보를 선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 청년 후보자는 “지역에서 경선조차 안 붙이고 탈락시킨 패잔병들한테 칼 한자루씩 쥐여주고 싸워서 이기는 사람한테 험지 공천 주겠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학도병을 선발해 사지에 총알받이로 밀어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청년벨트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표밭이 좋은 데를 줘야 하는데 험지도 경쟁해서 보낸 뒤 알아서 살아오라고 하는 게 청년벨트냐”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퓨처메이커 명단에서 제외된 청년 예비후보들이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형편이다. ‘청년 영입’으로 입당해 총선 출마를 노리는 한 인사는 “명단에서 빠져 천만다행이다. 청년을 영입해 놓고 사지로 내몰아 ‘전사자가 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한 청년 예비후보도 “전혀 연고도 없는 험지에 가서 죽느니 연고가 있는 지역에서 자리를 지키다 죽는 게 정치적 미래를 위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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