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물갈이 후유증’이 심상찮다.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던 티케이(TK·대구경북) 공천이 탈락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공천 배제된 현역 의원들 일부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과 ‘무소속 연대’를 형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양아들 공천, 수양딸 공천, 측근 내리꽂기, 정적 제거하기 등 이런 식으로 공천을 해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자신의 공천 탈락을 “경쟁자 쳐내기와 김형오 위원장의 사감이 겹친 ‘막천’(막가는 공천)”으로 규정한 뒤 “(당 대표가) 공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황교안 대표를 겨냥했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300만 당원들이 눈에 밟혀 지금은 탈당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선거도 임박하니 조속히 답을 달라. 그 이후에는 제가 취할 모든 수단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탈당을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이다. 김태호 전 지사는 이미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곽대훈(대구 달서갑)·정태옥(대구 북갑) 등 공천에서 탈락한 티케이 현역 의원들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18대 비례대표였던 이두아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내준 곽대훈 의원은 “4년 전 낙하산 공천으로 대구에서 2석을 빼앗긴 우를 또 범했다. 재심에서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으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 발언으로 지역비하 논란을 빚었던 정태옥 의원도 “(내 지역에 공천받은) 양금희 후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했던 이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김석기(경북 경주)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도 거취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이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틀 경우 ‘민심과 동떨어진 사심 공천’이라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보수야권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최근 공천 결과를 두고 ‘김형오 사심 공천’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홍(서울 강남을),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허용범(동대문갑) 후보 등이 대표적인 ‘김형오계’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정치 성향으로는 친박(친박근혜), 지역으로는 티케이 의원들이 ‘쇄신 공천’의 직격탄을 맞은 것과 달리 안철수계나 유승민계 등은 상대적으로 약진했다는 것도 이들의 불만거리다.
당내에서 확산되는 ‘사천’ 논란에 김형오 위원장은 이날 “사천 어쩌고 하는 것은 나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발표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이 있으면 내 조직을 만들고, 계파를 챙기고, 내가 아는 사람들을 끼워 넣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도 올리고 (했겠지만) 명백히 그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나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경선이나 단독추천 발표에서 배제된 사람이 너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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