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전당원 투표로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더불어민주당이 투표일을 오는 12일로 확정하면서, 리버럴·진보진영의 연합정당 성사 여부가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당 사수’를 위한 현실론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이지만, 당 안팎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합정당이 결국 ‘민주당만의 위성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도 어렵고, 선거기간 내내 연합정당으로 인한 파열음도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전당원 투표가 12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80만 당원이 참여하는 가장 큰 의사 결정 단위이기 때문에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며 “현직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10일 오후에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12일 아침부터 24시간 동안 전자투표를 하고, 13일 최고위원회와 14일 중앙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 벗기 힘든 ‘민주당 위성정당’ 프레임
당원 투표를 하게 되면 ‘연합정당 참여’ 의견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의당과 민생당이 불참하면 연합정당의 파급력이 떨어질뿐더러 ‘민주당만의’ 위성정당이라는 프레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수도권 다선 의원은 “정의당이나 민생당처럼 ‘4+1’로 협조했던 정당이 불참하면 국민들이 보기에는 민주당 위성정당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앞순위 기호 배정을 위해 현직 민주당 의원들이 비례연합정당으로 이적하면 이 역시 미래통합당의 ‘의원 꿔주기’와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은 ‘내로남불’을 그만두고 비례정당을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 역시 “연합정당 참여는 결국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기득권 거대 양당제에 공생하고 있는 관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 협상 과정 ‘난제’도 가득
연합정당 창당 이후의 협상 과정도 녹록지 않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예상 비례 획득 의석인 7석을 연합명부의 후순위에 배치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각 정당이 당선권에 몇 명씩 배치할지를 놓고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몇 번부터 후순위로 볼지도 분명하지 않고, 어떤 세력을 앞쪽에 둘지도 정해진 게 없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참여하는 정당은 각자 요구사항을 갖고 협상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참여 세력이) 연합명부 순서에 동의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정당을 추진하는 두 단체의 ‘교통정리’ 문제도 남아 있다. 연합정당 창당을 추진하는 단체는 진보 성향의 인사가 중심이 된 ‘정치개혁연합’과 우희종·최배근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은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 등 두곳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양쪽과 모두 논의를 하고 있다.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면 방법은 이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표 이후 계획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셈이다.
■ 논란 거듭되면 중도 표심에 악영향
민주당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연합정당 논의는) 애써 잡아놓았던 중도층의 표심을 흔들리게 한다. 전략상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중도층을 설득할 만한 충분한 명분이 되지 않는다. (연합정당이) 총선에서 민주당의 실익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금비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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