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강원 강릉 지역구 권성동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천 배제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총선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탄핵 참여 이력’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공천 탈락자들의 주장이 잇따르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하며 출범한 미래통합당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생긴 정치적 불신과 감정적 앙금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논란은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0일 권성동 의원(3선·강원 강릉)을 공천에서 배제(컷오프)하면서 본격화했다. 권 의원은 11일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하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통합당을 만들어놓고 ‘과거 탄핵소추위원 경력’을 문제 삼는 것은 명분이 없다. 우리 당의 방침은 탄핵 문제로 왈가왈부하지 말자는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전날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권 의원의 컷오프 배경과 관련해 “시대의 강을 건너려고 하면 밟고 지나가야 할 다리가 필요하지 않나. 권 의원이 그 다리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밝힌 것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로 읽힌다.
공교롭게도 ‘태극기 세력’으로부터 ‘탄핵 5적’으로 지목된 김무성·유승민·김성태·권성동 의원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모두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형오 위원장의 강도 높은 압박으로 친박근혜계 다선 의원들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박·비박의 컷오프 비율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으나, 탄핵 과정에서 생긴 불신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총선을 앞둔 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미래통합당 의원은 <한겨레>에 “민주당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탄핵의 기억 때문에 우리 쪽에 선뜻 표를 주지 못하는 중도층이 상당하다. 승리를 위해선 이들을 끌어와야 하는데, 탄핵 문제가 자꾸 언급되면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전혀 다른 투쟁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에 찬성하고, 하야를 주장하고, 촛불정신을 찬양하면서 탈당했던 그가 ‘탄핵 5적’ 운운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뻔뻔한 그 입 다물라”고 김형오 위원장을 겨냥했다. 홍 전 대표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이를 바로잡지 않을 경우 12일 오후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옛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 4일 공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를 언급하며 “‘옥중편지’가 자기 사람 공천 챙기기였느냐. 아무래도 당은 20대(총선) 짝 나겠다. 기껏 통합했는데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꼬집었다.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업은 자유공화당도 통합당을 향해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통합당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분들도 힘을 합쳐달라”는 박 전 대통령 편지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는 “탄핵 5적의 퇴출은 당연한 귀결이다. 자유공화당의 문은 열려 있다. 문을 닫으려 하는 통합당을 용서할 수가 없다. 능력 없는 황 대표는 그냥 사퇴하는 게 맞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이날 비례대표 후보자 심사에 들어가며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에 대해 “원칙에 따라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은 애초 공천 기준으로 ‘국론 분열 인사를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유 변호사에 관해서는 “사회적으로 워낙 많은 분의 관심이 있기 때문에 재량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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