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고 돌아 황교안’이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까지 정리하며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영입을 추진하던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카드’를 백지화했다. 총괄 선대위원장은 결국 황교안 대표가 맡기로 했다. ‘외연 확장과 쇄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통합당 선거 전략이 벽에 부딪친 것이다. 여기에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텃밭인 서울 강남도 공천 번복 등이 잇따르면서 자중지란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 김종인 무산, 황교안 원톱으로 선대위 체제 가닥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대위는 경제 살리기, 나라 살리기 선대위가 될 것”이라며 “제가 직접 선대위의 총괄 선대위원장으로서 깃발을 들겠다.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과 역사 앞에 책임을 진다는 엄중한 자세로 대응해주시기를 바란다. 저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앞장서 뛰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보수통합 과정에서 역할을 해온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장,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를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선대위원장 영입이 유력시되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통합당 내부 사정이 복잡해지면서 황 대표가 여러 명의 선대위원장이 나서는 공동선대위 체제를 다시 얘기했다. 나는 ‘굳이 나를 영입하려는 이유가 뭔지를 알 수가 없다. 여러분들이 합심해 잘하기 바란다’고 입장을 전했다. 통합당의 당내 사정이 도와줄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 영입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로는,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대표를 맡아 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에 패배를 안긴 것에 대한 당내 비토 정서가 꼽힌다. 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선대위 전권을 요구하는 김 전 대표의 요구를 들어줄 만한 추진력을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김형오 사천’ 논란의 후폭풍이 ‘황교안 책임론’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김종인 카드를 관철할 만한 정치적 배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 텃밭 강남구는 ‘내전 상태’…권성동도 무소속 출마
‘사천’ 논란을 빚은 공천의 후폭풍은 텃밭인 서울 강남구를 강타했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서울 강남을 지역에 공천했던 최홍 전 맥쿼리투자자산운용 대표에 대해 ‘공천 무효 결정’을 내렸다. 2014년 12월 금융감독원이 맥쿼리투자자산운용에 제재 결정을 내린 것이 배경으로 전해지지만, 이 사안이 무효가 될 정도인지를 두고 다툼이 예상된다. 최 전 대표는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13일 김미균 후보가 ‘친문재인 시비’에 휘말려 공천 철회 결정이 내려진 강남병에 이어 강남 선거구 3곳 중 2곳의 공천이 번복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총선을 앞두고 당 최고위가 공관위의 공천 결정을 무효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최고위원은 <한겨레>에 “강남을 공천 무효화는 황 대표가 밀어붙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수도권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는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무효 결정은 당헌과 당규를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며 “제 개인의 비리와 범법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발했다.
공관위 이석연 부위원장은 일단 최고위 결정을 받아들인다면서도 “공관위가 충분히 논의해 결정한 후보자에 대해 공관위와 최고위의 견해가 다른 것은 뜻밖이고, 매우 유감임을 밝힌다”고 맞섰다. 논란이 됐던 강남병 지역구에는 유경준 전 통계청장을 전략공천했다. 유 전 청장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유기준 통합당 의원(4선)의 동생이다.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은 이날도 이어졌다.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밀려 컷오프(공천배제)된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3선)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강릉 국회의원은 강릉시민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공천이 잘못됐다고 여기서 멈춰 설 수 없다”며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미나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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