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관리위원인 정봉주 전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별개로 친문(재인) 성향의 여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열린민주당’이 세 불리기에 나서면서, 여권의 4·15 총선 비례대표 경쟁이 ‘지지자들만의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직전까지 청와대와 법무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참여해 ‘문재인·조국 수호와 반검찰’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지지층을 상대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어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으로 여권이 명분을 잃은 데 이어 이번엔 변칙적인 ‘그들만의 리그’가 부각되며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해 만든 비례대표용 정당인 열린민주당은 22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검찰·언론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김의겸 전 대변인은 “대통령을 물어뜯거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기사가 너무 많았다. 언론개혁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경력서를 써줬다는 혐의로 재판 중인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이 제대로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으면 일상의 삶을 언제든 파괴할 수 있다는 거 모든 시민이 느꼈을 것이다. 검찰의 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언론을 통해 언론개혁의 절박함도 체감하게 해줬다”며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쏟아부을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직전까지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낸 황희석 변호사는 “지난해 흔히 말하는 ‘조국 사태’는 정확하게 말하면 ‘검찰의 쿠데타’다.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다시 새로운 소임을 가지고 올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검찰과) 한판 뜰 수밖에 없다. 올해 안에 반드시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황 전 국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발 국정농단세력·검찰 쿠데타 세력 명단’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현직 검사 14명의 명단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지난 1월 사임 전까지 검찰개혁의 주무를 맡았던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단장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비판적인 사람들이 보기에 이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것’으로, 언론개혁이 ‘비판을 못 하게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슈가 되지 않게 전전긍긍하는 보수와 달리 열린민주당은 조 전 장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대해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최태욱 교수는 “나름 지명도 있는 민주당 계열 사람들을 다 모으면 최소 3%는 넘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명분 없는 의석 장사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 공천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그런 판정을 앞두고 미리 불출마 선언을 하신 분들, 또는 경선에서 탈락한 분들이 그쪽 20명 예비후보 명단에 들어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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