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다선의 70대 정치인들이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아 국회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전문성 확보와 다양성 보장이라는 비례대표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생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비례대표 2번을 손학규(72·4선) 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배정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우리공화당에서는 8선의 서청원(77, 경기 화성갑) 의원이 2번을 받았고, 친박신당은 4선의 홍문종(65, 경기 의정부을) 대표를 2번에 배치했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홀수 순번은 여성을 추천하게 되어 있어, 2번은 남성 후보가 받을 수 있는 최상위 순번이다. 정치경험이 풍부한 고령의 정치인이 당선이 유력한 안정적 순번에 배치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선 “노욕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생당 소속 한 인사는 “손 대표가 비례대표 절대 아니라더니 어젯밤에 냈다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 끝까지 노욕이 뭔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는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자신을 비례 2번에 셀프추천해 거센 후폭풍에 휘말리기도 했다.
비례대표 연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국민의당은 이태규 전 의원을 비례 2번에 앉혔고, 민생당은 9번에 최도자 의원, 11번에 박주현 의원, 12번엔 장정숙 의원을 배치했다. 이미 당에서 혜택을 받은 현역 의원들이 또다시 비례대표로 진출하는 것은 소외 계층을 대변하고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비례대표제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절차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직선거법은 △민주적 심사절차 △당원·대의원 포함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가 선정한 후보자 순번에 대해 찬반만 묻는 것이어서 선거인단 투표가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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