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왼쪽)가 26일 오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의 집을 찾아가 인사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제공
현역 물갈이 비율을 40%대로 끌어올리며 혁신에 방점을 찍는 듯했던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공천 성과가 막바지에 불거진 황교안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퇴색했다. 하룻밤 사이 공천 결과가 뒤집힌 지역구 곳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황 대표는 “계파가 없고, 외압이 없고, 당대표 사천이 없는 3무 공천을 이뤄냈다”고 스스로 추어올렸다.
황 대표는 26일 오후 공천 관련 입장문을 내어 “이번 통합당 공천은 △분열을 극복하고 자기혁신 가치를 담아낸 공천 △당대표가 스스로 내려놓고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한 시스템 공천 △미래지향과 세대교체를 담은 공천”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공관위가 저의 이런 뜻과 국민의 바람을 잘 헤아려 국민 앞에 좋은 결과를 내놓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공천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결정한 후보들을 향해서는 “선당후사의 정신을 되새겨 보수의 진면목을 보여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분열과 패배의 씨앗을 자초한다면 당으로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당 내부는 요동치고 있다. 특히 전날 공관위와의 줄다리기 끝에 인천 연수을 공천을 두 차례나 뒤집고 민경욱 의원에게 공천장을 주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무리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인천 연수을 공천에서 탈락한 민현주 전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와 “황 대표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에게 민경욱 의원의 공천을 간곡하게 부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황 대표는 (민 의원이) 자신을 위해 강성 수호 발언을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가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은 민 의원의 공천을 밀어붙인 점도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역구인 인천 연수갑 공천을 받았던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비슷한 사례로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았고, 이에 따라 공천을 박탈당했다.
부산 금정과 경북 경주에서는 후보자 등록 첫날인 이날까지 공천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황급히 여론조사를 돌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경선 결과 부산 금정에선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경북 경주에선 현역인 김석기 의원(초선)이 공천 받게 됐다. 일찌감치 공천배제됐던 김 의원이 뒤늦게 경선 자격을 얻어 기사회생한 것을 두고도 황 대표의 ‘입김’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퓨처메이커(청년) 벨트’를 해체하고 기존 정치 인사를 단수 공천한 경기 의왕·과천과 화성을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경기 의왕·과천에서 공천을 받았다가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은 이윤정 전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공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당 안팎에선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병국 통합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젯밤 공관위가 보여준 것은 무기력한 자의 무능함과 무책임이었고, 당 최고위가 보여준 것은 권력을 잡은 이의 사심과 야욕이었다”며 “참혹한 상황이었고, 사기당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도 “황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자 뒤늦게 ‘그립’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총선 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예견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유권자들에겐 황 대표가 카리스마 있는 제왕적 대표도 아니지만, 민주적 리더로 보이지도 않는다. 애매한 상황이라는 점이 통합당엔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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