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소비심리를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추락시켰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0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 달 전보다 18.5포인트 급락한 78.4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3월(7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폭 역시 소비심리를 매달 조사하기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최대다. 사진은 2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연합뉴스
정부 여당과 청와대가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올 경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득 하위 70% 가구에 100만원(4인가구 기준)의 생계지원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권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 재난으로 인한 생계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 등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여당·청와대 사이에 이견이 있었으나 오늘 당·정·청 협의에서 가닥을 잡았다. 지급 대상은 소득 하위 70% 선, 지원 규모는 4인가구 기준 100만원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저녁 6시부터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열렸다. 회의에서 기재부는 중위소득 이하인 전 국민 50%를 대상으로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 생계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소득이다. 기재부 방안에 따르면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1~3인가구는 100만원보다 적게 받고 5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보다 많이 받는 식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청와대는 이날 기재부 안보다 지급 대상을 더 늘리자고 강하게 요구했다. 기재부 안은 지급 대상이 전체 2100만가구의 절반이 안 되고, 소요 예산도 10조원에 못 미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였다. 당과 청와대는 대신 가구별·소득별로 차등지급을 하더라도 최소한 전 국민의 70~80%는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결국 회의의 결론은, 지원금 규모는 기재부 안을 따르되 지급 범위는 당과 청와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득 하위 70% 선으로 넓히는 절충안을 채택한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적은 액수라도 최대한 많은 대상에게 주자는 것이었다. 국민 70%에게 50만원씩 지급하는 안이 유력했지만 의원들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미칠 깊고 광범위한 피해를 우려해 ‘전례 없는 조치’를 거듭 요구한 바 있다. 실제 이날 청와대 쪽 참석자들은 “코로나19 경제 상황이 참혹할 것”이라며 “상응하는 경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방식으로는 현금과 사용기한이 정해진 상품권 또는 지역화폐를 섞어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상품권을 사용하기 어려운 지역도 있고, 당장 현금이 필요한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용어는 논란이 됐던 ‘기본소득’ 대신 ‘생계지원’이란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기본소득이란 말을 쓰면 향후 지속해서 지급한다는 어감이 있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재난소득이란 표현보다는 재난으로 생활이 어려운 국민에게 생계비를 지급한다는 개념이 맞다’고 여러차례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원철 성연철 이경미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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