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김상조’ 대 ‘조정식·윤호중’. 지난 2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금액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정부·청와대의 경제브레인 격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편이 됐다. 이들의 반대편에 더불어민주당의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윤호중 사무총장이 있었다.
30일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재난지원금은 이날 회의의 마지막 안건이었다. 홍남기 부총리가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되, 50% 이하 구간은 100만원, 50~70% 구간은 50만원만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지급 대상을 70~80% 구간까지 늘리자는 여당안을 수용하면서 소득에 따른 차등 지급과 중앙·지방정부의 재원 분담을 추가로 얹은 것이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조정식 의장이 △80% 선까지 지급 대상 확대 △지원금 균등 지급 △재원 100% 국고 충당이라는 민주당 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러자 홍 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더 큰 위기가 닥칠 때 대응이 어렵다는 논리로 반격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김상조 정책실장도 홍 부총리의 주장에 동조했다.
분위기가 격앙됐다. “답답한 소리만 하고 있다”는 말이 여당 참석자 입에서 튀어나왔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나라 살림 걱정하다 국민들 다 죽으면 어쩔 건가? 국민부터 살리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2 대 2’ 입씨름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선대본부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홍보ㆍ유세 콘셉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가세하면서 급격히 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노 실장과 강 수석은 ‘총선도 다가오는데 당의 입장을 정부가 수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홍남기·김상조 연합’을 압박했다. 총선 국면이라는 특수 상황 앞에서 ‘관료·학자 연합’은 다수파인 ‘정치인 연합’의 공세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원금 확대에) 적극론이 다수 의견이었다. (회의가) 굉장히 격렬해서 자칫 싸우기 직전까지 갈 수 있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아서 (내가) ‘살살 합시다’라고 추임새를 넣고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주로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의 결론을 수용하면서도 “어쨌든 나는 여기에 이견이 있다는 걸 말씀드린다”며 우회적 불만을 표시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