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민주연구원장(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긍정 평가를 받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조국 사태’와 최저임금 인상 등 집권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선 정면대응을 피하라는 지침을 후보자들에게 전달했다. 코로나 정국에 올라탄 상승세를 투표일까지 이어가려면 예민한 쟁점을 두고 논쟁을 벌이지 말라는 ‘입조심 가이드라인’이다.
31일 <한겨레>가 입수한 민주당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슈 대응 논리’라는 대외비 문건을 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이나 자사고·외고 폐지 논란 등 수도권 30~40대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들에 대해선 ‘논점을 전환해 대응하라’는 식의 대응 지침이 빼곡하다. 이 문건은 당 전략기획국이 만들어 지난 27일 총선 후보자들에게 전달됐다. 50쪽 분량의 이 문건은 △청와대 인사검증 △대북 저자세 논란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자사고·외고 폐지 △마스크 대란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정권심판론 등 주요 이슈에 대한 대응 논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야당의 공격 지점을 짚고, 대응 논리와 세부 근거, 메시지를 낼 때 유의사항을 짚어주는 형식이다.
조국 사태와 같은 예민한 이슈의 경우 “찬성·반대의 입장을 말하거나 해석해 설명하지 않아야 한다” “질문을 전환해 답변하라”고 문건은 조언한다.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거나 “인사청문회 방식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고 대답하라”는 식이다. 자사고·외고 폐지 등 관련해서도 “정부도 학부모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에둘러 말하라는 것이다.
반면, 코로나19 대응 등은 선거의 호재로 적극 이용하라는 조언이 담겼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나라를 소개한 유튜브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계인을 감동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코로나 대응을 비판하는 곳은 일본과 야당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하라”는 식이다. 다만 코로나 확산 초기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데 대해선 “급박하게 닥친 대란을 예측하지 못한 정부 잘못이 있다”며 명백한 잘못에 대해선 곧바로 시인하라고 했다.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눈치보기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방역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짚어주라’고 조언했다.
야당과 보수진영이 공격 포인트로 삼는 ‘주52시간제 도입’에 대해선 감성적 접근을 주문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무조건적인 옹호를 피하면서도 노동자 권리와 서민의 삶에 맞춘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것이다. “일하는 만큼 쉬는 것도 중요하다” “장시간 노동은 높은 자살률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논리로 예봉을 피해가라는 조언이다. 정권심판론에 맞서 ‘야권심판론’으로 적극적으로 반격하라는 당부도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리고,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딱 맞다. 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응 멘트까지 제시했다.
논란이 됐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발언은 ‘황교안 망언록’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정리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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