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방송제작센터에서 종로구 선관위가 마련한 토론회에 출연해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6일 정부 발표 일주일 만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히자고 제안한 배경에는 선거일을 앞두고 동요하는 바닥 민심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가 지역구 후보자들로부터 빗발친 것이다. 이날 발표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공정성 시비로 비화하는 상황은 일단 피했다는 게 민주당 지역구 후보자들의 전반적 평가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지급 대상 확대를 고민했다. 지역구 의원들이 전한 현장 여론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우려한 대로 ‘나보다 부자인 친구는 받고 나는 못 받는다’는 식의 반발이 심각하다는 보고가 선거운동에 나선 의원들로부터 많이 접수됐다.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을 정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의견 수렴에 나선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3일께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기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5일 ‘전 국민에게 일주일 내로 1인당 50만원씩 주자’고 제안한 데 대한 대응은 아니라는 얘기다. 당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3일)에 최종 결론을 냈으나, 뉴스 파급력 등을 고려해 주초로 발표를 미룬 것”이라고 했다.
다만 황 대표의 제안이 민주당의 부담을 덜어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협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황 대표가 어제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하셨으니, 합의 여지가 넓어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당이 먼저 제안했다면 ‘포퓰리즘’이라 공격받았을 수도 있는데, 황교안 대표가 우리 부담을 크게 덜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주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와 관련해 여당 손을 들어줬던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선거에 개입한다는 논란에 휘말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과 사전에 협의한 바 없다. 추경안을 만드는 건 정부고, 심사하는 건 국회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에 맞춰 추경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날 발표가 청와대와 조율 없이 나온 독자적 행동이란 시각은 많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반대 입장이지만, 통합당이 저렇게 전향적으로 나오니 마냥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분들이 대출을 받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데 이런 부분을 각별하게 챙겨줄 것을 당부한다”며 “특별히 다른 고의가 없었다면 기관이나 개인에게 정부·금융당국이 책임을 묻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약속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당 후보들은 선거 악재가 될 수 있었던 정책적 뇌관 하나가 제거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애초 정부안대로라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대도시 거주 정규직 맞벌이 가구의 상당수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소득 하위 70%를 기준으로 갈라서 돈을 지급하는 건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는 좋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오늘 발표로 위험을 적절히 통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황 대표의 선제적 제안이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우리 제안을 수용하면서 재난지원금 이슈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왔다. 지원 금액은 얼마로 할 것인지,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부분에서도 이슈 주도권을 우리가 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서영지 성연철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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