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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2020총선] 여성 후보들 험지 ‘악전고투’…당선권 23명뿐

등록 2020-04-08 05:00수정 2020-04-08 11:30

“30% 여성 공천하겠다” 공언 무색
지역구 출마 민주 32명·통합 26명
그마저 상대당 강세 ‘험지’ 내몰아
여성 당선자 증가세 처음 꺾일수도
유권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골목에서 열린 한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유권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골목에서 열린 한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1대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여성 후보자 가운데 주요 정당들이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한 후보는 20명대 초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면 지역구 26곳에서 여성 당선자를 낸 4년 전 총선 때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1996년 15대 총선 뒤 계속된 여성 당선자 증가세가 처음으로 꺾이게 되는 셈이다. 여성 공천자 수는 늘었지만, 지역구 현역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 후보들이 당선이 쉽지 않은 ‘험지’로 내몰리며 빚어진 현상이다.

<한겨레>가 7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자체 분석을 근거로 여성 후보 출마 지역구의 판세를 종합 분석해보니, 여성 당선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는 최대 22곳(우세 17+경합우세 5)에 그쳤다. 지역구 32곳에 여성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은 이 가운데 10곳을 우세 지역으로, 1곳을 경합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26명을 낸 통합당은 7곳을 우세 지역으로, 4곳을 경합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가 출마한 경기 고양갑 1곳을 경합우세 지역으로 본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지역구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는 4년 전(100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낸 후보자 성별 집계 현황을 보면, 전국 253개 지역구 후보자 가운데 남성은 904명, 여성은 213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거대 양당이 공천한 여성 후보는 민주당 32명, 통합당 26명에 머물렀다. 여성들에게 각각 12.6%, 10.2%의 지역구만 할당한 것이다. 총선 전 “여성 후보 30%를 공천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이 무색한 수준이다.

여성 공천 지역구의 ‘질’을 따져보면 상황은 더 암울하다. 자기 지역구에 재도전하는 현역 의원을 제외할 경우, 대다수의 여성 후보가 경쟁 정당이 독점해온 ‘험지’로 내몰린 탓이다. 민주당은 지역구 의원이 아닌 22명의 여성 후보 가운데 직전 선거에서 소속 정당 후보가 낙선한 ‘원외 지역’에 출마하는 경우가 17명(77%)이나 됐다. 당 ‘영입인재’인 최지은 후보가 출마한 부산 북·강서을, 24년간 내리 통합당 계열 후보가 당선됐던 부산 수영(강윤경)이 대표적이다. 여성·청년을 우선 공천하겠다고 약속했던 현역 불출마 지역구 13곳 가운데 여성이 공천된 지역구는 3곳(서울 광진을, 경기 고양병, 경기 광명갑)뿐이었다.

사정이 열악하기는 통합당도 매한가지다. 지역구 현역 의원을 제외한 여성 후보 21명 가운데 14명(66%)이 ‘원외 지역’에 공천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곳이 열세·경합열세 지역이다. 서울 은평갑(홍인정), 경기 부천갑(이음재), 의왕·과천(신계용), 전북 전주을(이수진) 등이다. 우세·경합우세 지역인 부산 남을(이언주), 경북 포항북(김정재), 상주·문경(임이자) 등은 현역 지역구 의원이나 비례대표 의원에게 돌아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7년 ‘미투’ 운동부터 최근의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에 이르기까지 가장 첨예한 여성 이슈를 제도권 정치는 다루지 못했다. 기성 정치가 여성·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현실을 방증한다”고 진단했다. 여성계에서는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 30%를 선거법에 강제 조항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여성 지역구 당선자는 15대 총선(1996년)에서 처음 2명이 나온 뒤 5명(16대)→10명(17대)→14명(18대)→19명(19대)→26명(20대)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황금비 장나래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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