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8일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에서 경남 창원성산 여영국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대 당 연대도, 후보 단일화도 없는 ‘홀로서기 총선’이다. 지역구에선 원래 가진 2석도 지키기 버거운데, 기대를 걸었던 비례대표는 위성정당 난립이란 복병을 만나 목표치를 대폭 축소 조정해야 할 형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원내교섭단체 진입까지 노렸던 정의당으로선 시련의 4월이다.
총선 투표일을 일주일 남긴 8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찾은 곳은 같은 당 여영국 의원 지역구인 경남 창원성산이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과 정의당 노회찬을 당선시킨 경남의 대표적인 ‘노동자 선거구’다. 정의당은 이곳을 포함해 심 대표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이정미 전 대표가 출마한 인천 연수을에 기대를 걸지만, 세곳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없이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지지층 분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비례대표 쪽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4월 첫주 정례조사에서 정의당의 비례대표 정당투표 지지율은 미래한국당(23%)과 더불어시민당(21%)에 이어 11%를 기록했다. 비례 의석을 최대 7석까지 확보할 수 있는 득표율이지만, 선거법 개정의 최대 수혜 정당이 되리라던 애초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당 안팎에선 비례대표 의석을 6~7석 확보하더라도 지역구 성적이 부진하면 관심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 경험이 적은 비례대표 중심의 의원 진용으로는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가 심화될 21대 국회에서 존재감 확보가 난망한 까닭이다. 남은 선거기간 정의당은 ‘원칙을 지키는 정당’이란 메시지로 거대정당의 ‘꼼수’ 경쟁에 실망한 범진보 유권자층을 흡수하고, ‘사회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란 메시지로 전통 지지층을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민주당 계열 정당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손호철 정의정책연구소 이사장은 “민주당과 손잡는 상층부 연합은 시효가 다했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사회 약자층을 중핵으로 삼아, 아래로부터 지지를 구축해가는 노선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선거제도만 바뀌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안이한 생각에 젖어 있었다. 부유세와 무상정책 시리즈로 의제를 주도했던 초기 민주노동당 시절의 정책역량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이번 선거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손호철 이사장은 “정의당의 진짜 실력을 가늠해볼 선거”라며 “이를 계기로 노선과 체질을 재정비한다면 진보정당으로서 정치적 입지도 단단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치생태계의 건강함은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유권자들도 아는 만큼, 지나치게 상황을 비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다만 이런 당위론과 부채감에 기대 연명하는 상황은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환봉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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