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8일 오후 민주당 대전시당을 방문해 장철민(동구)·황운하(중구) 후보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총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더불어민주당의 상승세가 완연하다. 이해찬 대표는 “단독 과반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근거는 여론조사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여론조사에 근거한 판세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집전화 의존도가 높았던 4년 전 총선 때와 달리 ‘안심번호’라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해 여론조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심번호 활용이 조사의 정확도를 높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조사마다 다른 유·무선 조합 비율, 잘 드러나지 않는 야당 표, 표본수가 적은 지역구 여론조사의 한계 등을 고려해야 조사 결과를 정확히 읽고 선거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업체마다 제각각인 유·무선 조사 비율 유·무선 조합 비율에 따른 여론조사 결과의 차이는 최근 보도된 서울 구로을 여론조사에서 두드러졌다. <국민일보>와 <기독교방송>이 의뢰하여 조원C&I가 지난 4~5일 실시한 조사에서 윤건영 민주당 후보는 42.5%를 얻어 37.5%를 얻은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 반면 <한국방송>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4~5일 실시한 조사에선 윤 후보(50.1%)와 김 후보(27.7%)의 지지도 격차가 22.4%포인트나 됐다. 국민일보와 기독교방송 조사의 유선 조사 비율은 34%, 한국방송은 유선 비율이 6%였다. 통상 유선 비율이 낮으면 민주당에, 높으면 통합당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흐름은 서울 동작을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일보>와 <기독교방송>이 의뢰하여 조원C&I가 지난 4~5일 실시한 서울 동작을 조사에선 나경원 통합당 후보가 44.1%로 이수진 민주당 후보(40.9%)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문화일보>의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5~6일 조사에선 이 후보(47.2%)가 나 후보(34.3%)를 12.9%포인트나 앞섰다. 문화일보 조사의 유선 비율은 9.5%였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무선 비율은 조사업체마다 들쭉날쭉하다. 업체들은 “숨은 야당 표를 잡아내려면 유선 조사를 일정 비율 섞는 게 필수”라고 설명한다. 한 전직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응답자가 야당 지지 성향을 숨기려는 현상을 보정하려면 통계 보정을 해야 하는데, 선관위는 성·연령·지역 변수 외에는 보정을 못 하게 한다”며 “업체 재량에 맡겨진 유·무선 비율을 조정해 ‘샤이 야당’ 표심을 읽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대표도 “조사 지역과 시기에 따라 유선 비율을 달리하는 게 업체들의 노하우”라며 “우리는 17개 시·도별로 다 다르게 적용한다. 지금 서울 종로구를 조사한다면 유선을 50% 섞을 것”이라고 했다. 현행 선거 여론조사 기준은 업체들이 조사 방법을 신고할 때 유·무선 비율을 밝히기만 하면 된다.
■ 지역구 여론조사의 한계 지역구 여론조사가 갖는 근본적 한계도 있다. 수도권의 경우 조사 지역이 시·군·구 단위보다 작은 경우가 많다. 15만~20만명 규모의 소단위 조사이기 때문에 500명 안팎의 표본 조사로 정확한 표심을 잡아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 장덕현 연구위원은 “작은 지역 조사라서 많은 변수가 숨어 있다. 다양한 층위로 지지도가 분화될 수 있어서 (조사하기) 매우 복잡하다”며 “전국 단위 조사라면 특정 계층이 조사에 잡혀도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작은 지역 단위에서는 조사에 잡힌 특정 계층이 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변수들이 변화의 폭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정 선거구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을 조사했다 해도, 어느 행정동에 사는 20대 남성이냐에 따라 특성이 다를 수 있고, 이런 점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후보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총선 지역구 여론조사의 한계로 작용한다. 총선은 후보 인지도가 낮은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유권자들이 선택을 끝까지 미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국제 기준보다 낮은 응답률, 특정 후보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과대 표집되는 문제 등이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해치는 요인으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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