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경기 부천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일대에서 유세차량을 타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차명진 유탄이 사방팔방으로 튀고 있다. 어차피 당선되지도 못할 후보 하나 지키려다 멀쩡한 후보들까지 다 죽이게 생겼다.”
경기지역에 출마한 미래통합당의 한 후보는 1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마조마하다. 상대 후보가 ‘차명진’ ‘세월호’만 떠들고 다닌다. 요 며칠 새 우리를 바라보는 시민들 눈빛이 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여야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서울의 한 통합당 후보도 “아무리 바닥에서 열심히 뛰면 뭘 하나? 막말이 터져나올 때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심장을 때린다”고 했다. 그는 “신속하게 제명해도 모자랄 판에 ‘탈당 권유’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차피 우리를 찍어줄 아스팔트 영감님들 비위를 맞추려고 중도층 표를 다 내다버릴 셈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차 후보의 윤리위 회부 사실이 알려지자, 통합당 게시판에는 ‘바른말 했다고 제명하느냐, 차라리 빨갱이가 낫다’는 등의 항의글이 쇄도했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차 후보의 주요 지지층이 ‘아스팔트 우파’이다 보니 제명에 대한 반발이 어느 때보다 극렬했다. 당이 김대호 후보를 신속하게 제명하던 때와 달리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당내에선 주말을 넘기면 수도권 판세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합당의 한 당직자는 “수도권이 위태롭다는 결과가 나온 지난 9일 여의도연구원 조사에는 차 후보의 발언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조사에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당 안팎 여론이 들끓자 지도부도 특단의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위원장께서 (우려를 담아)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윤리위원회는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숙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이날 서울 망원동 지원 유세 뒤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위원장과 황 대표 두 분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가 그런 조치(탈당 권유)로 그렇게 나가면 수도권 선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수도권 선거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본다”며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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