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사흘 앞둔 12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설치된 관내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차 조사에서 드러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의지는 10~11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26.7%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이면 이번 21대 총선 투표율은 4년 전 총선 투표율(58.0%)은 물론 역대 최고치인 2004년 총선 투표율(60.6%)마저 뛰어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겨레>가 12일 중앙선관위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사전투표 참여율은 거물급 여야 후보가 맞대결을 펼치거나 1·2위 격차가 크지 않은 접전 지역구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대도시보다 농촌지역 참여율이 높은 일반적인 투표율 공식을 따랐다.
서울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은 종로의 사전투표율이 34.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수진 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통합당 후보가 대결을 펼치는 동작을의 사전투표율이 30.7%로 뒤를 이었다. 두 지역의 사전투표율은 서울시 지역구 사전투표율 전체 평균(27.33%)보다 3~7%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권역별 투표율이 23.6%로 가장 낮은 대구지만, 최대 접전지로 꼽히는 수성갑(김부겸 민주당 후보-주호영 통합당 후보)에선 전체 유권자의 30.18%가 투표소에 나왔다. 홍준표 무소속 후보가 출마해 3자 대결 구도가 형성된 수성을 역시 사전투표율 27.61%를 기록하며 권역 평균치를 훌쩍 넘었다. 부산에서는 박재호 민주당 후보와 이언주 통합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남구을(27.82%)의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민주·통합·정의당 후보의 3자 구도로 관심을 끈 인천 연수을의 투표율(25.84%)도 권역 평균(24.74%)을 웃돌았다.
접전지에서 드러난 높은 투표 참여율로 미뤄, 이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에는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격화된 진영 대결과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따른 분산투표 흐름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입 10년을 넘긴 사전투표 제도의 정착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높은 투표 열기를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며 총선 승리 방정식을 짜는 데 분주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전투표를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나라다운 나라를 열망하는 국민의 뜨거운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정권의 폭주를 막자는 분노한 민심의 표출”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하지만 높아진 투표 열기가 어느 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전문가들 전망은 조심스럽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젊은층 투표율이 높지 않았던 시절에는 투표율 상승을 진보진영에 유리한 상황으로 분석했지만, 최근 정치 효능감이 높아지며 세대별 투표율이 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투표율 추이를 두고 정당별 유불리를 판단하기엔 유권자의 정치 참여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원성훈 코리아리서치 본부장도 “양당으로 좁혀진 선거 구도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가 사전투표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양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면 유불리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중앙선관위가 지난 5~6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2차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신뢰수준 95%·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79.0%로, 1차 조사 때보다 6.3%포인트 상승했다. ‘가능하면 투표할 것’이란 응답 비율(15.1%)까지 합하면 투표 의향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94.1%였다. 선관위는 전 연령층에서 4년 전 2차 조사 때에 견줘 투표 의향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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