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미래통합당 대구시당에서 수성갑에 출마한 주호영 후보와 수성을에 출마한 이인선 후보가 방송사별 출구조사를 본 뒤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 압승을 허락했지만,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아성’ 티케이(TK·대구경북)에선 더욱 견고해졌다.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기며 두터운 지역주의에 균열을 냈던 이 지역은 이번엔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16일 개표 완료 결과를 보면, 통합당은 대구·경북의 25석을 모두 석권한 셈이다. 통합당 공천을 받지 못한 홍준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대구 수성을까지 포함시킨 결과다. 4년 전 민주당은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나중에 복당한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을 당선자로 배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텃밭 투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김부겸 후보는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피폐해진 보수층의 마음을 두차례 연속으로 사로잡는 데 실패했고, 민주당 현역 의원인 홍의락 후보도 김승수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통합당 후보들은 초반부터 대구 12개 지역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다. 류성걸 후보(대구 동갑·69.5%), 김상훈 후보(대구 서·67.4%), 추경호 후보(대구 달성·67.3%) 등은 각각 상대방인 민주당 서재헌 후보(26.6%), 윤선진 후보(17.8%), 박형룡 후보(27.0%)를 크게 앞질렀다. 대구에서 통합당 후보가 ‘경합’했던 곳은 이인선 후보(35.7%)가 무소속 홍준표 후보(38.5%), 민주당 이상식 후보(25.1%)와 3파전을 벌였던 수성을뿐이었다.
보수 유권자의 통합당 쏠림 현상은 경북의 농촌 지역으로 가면 더욱 두드러졌다.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의 김희국 후보는 권역 내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79.3%)로 당선했다. 이어 김천의 송언석 후보(74.5%)도 배영애 민주당 후보(21.0%)와 3배 넘는 격차를 보였다.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흐름은 이날 빠르게 치솟은 지역 투표율 추이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대구와 경북 지역 투표율은 각각 67%, 66.4%로 전국 평균(66.2%·오후 6시 기준)보다 높았다. 지난 10~11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23.56%)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공포의 시나리오’에 위기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선거 당일 대거 투표소로 몰려나왔다고 풀이할 수 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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