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가 강남구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지지자와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의 텃밭’ 강남 갑에 탈북민 출신 첫 지역구 국회의원이 탄생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합당은 수도권 참패 속에서도 송파병을 제외하고 ‘강남3구’ 지역에서 대부분 승리를 거뒀다.
서울 강남 갑 태구민(태영호) 당선자는 16일 개표 완료 결과 58.4%의 득표율로 39.6%를 얻은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이날 새벽 당선이 확실시되자 태 당선자는 “대한민국은 저의 조국이고 강남은 이제 저의 고향”이라며 “오늘 이 승리는 저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강남 구민들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애국가를 부르며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태 당선자는 영국 주재 북한 공사였으며 2016년 8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강연·저술 활동 등을 해 오다 이번 2020년 총선에서 ‘북한 주민을 구한다’는 뜻을 담아 개명한 태구민이라는 주민등록상 이름으로 이번 선거에 통합당의 후보로 출마했다. 비례대표가 아닌 강남 갑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으면서 당 내에서 한때 논란도 일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강남을 수성하게 됐다. 탈북자 출신 의원으로는 지난 2012년 총선 때 조명철 전 의원이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의 비례대표로 당선된 적 있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찬가지로 탈북자 출신으로, 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12번인 지성호 후보도 당선권 안에 들었다.
태 당선자는 “과연 강남 주민들이 절 뽑아줄까 걱정을 했는데 오늘 당선되고 보니까 고마운 마음밖에 없다. 분단 70여년 역사에서 이 과정이 곧 남과 북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그런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강남 주민들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찾아서 온 저의 용기를 보고 더 큰 일을 해보라고 저를 선택하신 것 같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꼭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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