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선자인 김성원 대변인이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 내부 반발에 부딪쳐 무산되는 분위기다. 총선 패배 뒤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추대 불가론’과 ‘전당대회 조기 개최론’이 분출하는 등 김종인 비대위를 관철할 내부 동력이 눈에 띄게 약화된 탓이다.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왜 남의 이름 가지고 이러고저러고 하느냐”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통합당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총선 뒤 첫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 참패에 따른 당 수습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당 진로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다양하게 들었다. 의원들 의견을 최대한 취합하고 집계해 조속히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본회의 전후로 이어진 의총에서는 의원 10여명이 지도체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자 중에선 전당대회 조기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수였다고 한다.
조기 전당대회 요구는 공교롭게도 당권을 노리는 의원들 입에서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 중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총선을 통해 새로운 사람이 수혈됐고 국민께 검증된 당선인들이 있다. 당선인들이 하나 돼서 내부에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몸부림치는 게 옳다”고 조기 전당대회 쪽에 힘을 실었다. 최고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조경태 최고위원은 ‘수습 차원의 비대위’를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 불가론’이다. 그는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대위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비대위) 성격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인사로 비대위를 꾸린 뒤 전당대회 준비 국면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조 의원 역시 5선에 성공하며 차기 당권주자군에 올라섰다.
당권주자 후보군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강하게 요구하는 데에는 최근 복당을 신청한 ‘무소속 당선자’에 대한 견제의 성격도 있다. 김태흠 의원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당 공천에서 제외돼 무소속으로 당선된 분들이 당 진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도를 넘는 행동”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대선후보급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대위를 꾸리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당장 내년 9월 세워야 할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참신한 후보를 영입할 절호의 기회”라며 “대선 후보를 비대위라는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애초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조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다수였고, ‘김종인 비대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의총에서는 ‘김종인 비대위’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7일 김종인 전 선거대책위원장을 직접 찾아 비대위원장을 제안했던 심 권한대행도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의 ‘김’자는 다른 설명을 할 때 딱 한번 나왔다. ‘김종인 비대위’를 염두에 둔 것은 전혀 없다”고 물러섰다. 김 전 위원장은 <한겨레>에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가 않다. 나를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고 얘기하는 것이 불쾌하다. (심재철 원내대표가) 날 보고 도와달라고 해서 생각은 한번 해보겠다고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지도체제 결정과 관계없이 5월 초 차기 원내지도부를 꾸리기로 했다.
김미나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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