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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전국민 재난지원금 놓고 당정 ‘엇박자’…추경 합의도 난항

등록 2020-04-20 21:17수정 2020-04-21 17:39

이해찬 “복지 아닌 재난대책”
민주당 ‘100%에 지급’ 압박에도
기재부, 정부안 고수·재차 거부
말바꾼 통합당 ‘반대’까지 겹쳐
일부 ‘4인가구 80만원’ 축소 의견
“당정 갈등, 대통령 나서야”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전국민 확대 지급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공개적’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추경안 심사에서 관련 예산 증액에 나서자, 기획재정부가 원안인 ‘소득 하위 70% 지급안’ 고수를 거듭 천명하며 집권 여당과 맞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 여당 내 갈등을 조정해야 할 청와대가 뒷짐만 지고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며 갈등의 장기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재난대책이지 복지대책이 아니다. 이걸 복지대책으로 잘못 생각하니까 여러가지 합리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며 “총선 기간 여야가 전국민 지급을 약속한 추경에 대해 상임위와 예산결산위 심사를 최대한 신속히 해서 5월 초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한 추경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며 “이를 또 정쟁거리로 삼는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미래통합당을 압박했다. 총선 기간에 전국민 확대 지급을 약속했던 민주당은, 야당이 선거일을 앞두고 전국민 확대 지급으로 선회한데다,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자 상황을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총선 뒤 통합당이 재정 악화를 이유로 지원금 확대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기획재정부마저 반대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세종청사 간 화상회의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금주 시작될 (2차 추경안) 국회 심의에 철저히 대비해달라”며 “특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소득 하위) 70%는 지원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 기준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설득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여당의 전국민 확대 지급 요구를 사실상 공개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과 기재부의 입장은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100%로 확대하기 위해 소집한 회의였으나, 기재부가 반대 뜻을 고수하면서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추가 세출 조정과 국채 발행을 통해 지급 대상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고 했지만, 기재부의 반대 입장은 완강했다. 선거 때 1인당 50만원씩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했던 통합당도 기재부 입장에 동조하면서 민주당은 안팎으로 부담을 안게 됐다.

100% 확대 지급이 기재부와 야당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치자 민주당 안에서는 지급액수를 줄여서라도 정부 재정부담을 축소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을 80만원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지급 대상 확대 문제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지급의 적기를 놓치느니, 지급액을 줄여 당정 간 이견을 해소한 뒤 신속하게 지급하자는 고육책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단 여야가 의견을 모으는 게 우선이고, 거기에 기초해 여야정 협의를 다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당 안에선 지금의 당정 갈등을 풀 수 있는 이는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정운영의 최종책임자로서 홍 부총리에게 여당안을 수용하게 만들거나, 민주당 지도부를 설득해 총선 전 약속을 거둬들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의 침묵에 김상조 정책실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실장은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불거질 당시부터 기재부와 의견을 함께해왔다. 총선 전 당정청 회의에서 지원금 지급 대상을 50%에서 70%로 확대하는 것에도 재정부담을 이유로 부정적 태도를 견지한 바 있다.

서영지 이정훈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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