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신생 좌파 정당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왼쪽 세 번째)가 2016년 6월26일(현지시각)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지지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포데모스는 온라인에서 시민과 적극 소통하는 정당이다. AP 연합뉴스
한국의 진보정당은 여전히 ‘소수정당’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지만, 나라 바깥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집권에 성공한 예도 적지 않다. 1980년에 창당한 독일 녹색당은 1990년대 후반 수권 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성장해, 집권 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브라질 노동자당은 불안정 노동자·소농·원주민 공동체 등 다양한 집단의 힘을 모으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을 배출했다.
최근 진보정당의 흐름은 남유럽이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 계기가 됐다. 정보화 시대의 혜택을 받은 청년 세대가 기존 자본주의 질서에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제도권 정치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수권 세력으로까지 성장했다. 눈여겨볼 사례는 스페인의 ‘포데모스’(스페인어로 ‘할 수 있다’)와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다.
포데모스는 스페인의 25살 이하 실업률이 40%에 육박하던 2011년 싹을 틔웠다. 경제위기와 긴축정책에 분노한 청년들은 그해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노한 자들’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전국에서 시위와 점거를 벌였다. “정치 엘리트의 특권을 폐지하라” “실업 문제를 해결하라” 등의 요구를 들고나와 점차 세를 불리더니, 2014년 독자 창당에 이르렀다.
그리스 시리자는 강력한 반자본주의 노선을 내세우며 2004년 만들어진 범좌파 선거연합이다. 정당득표율 3.3%에 불과했던 시리자는 긴축재정 반대 투쟁으로 지지층을 넓혀 2012년 총선에서 의석 4분의 1을 차지하며 급성장했고, 2015년 조기 총선에서 전체 300개 의석 가운데 149석을 얻어 집권했다.
이들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젊음’이다. 포데모스와 시리자는 주요 지지 세력부터 실제 지도부까지 청년으로 채워졌다. 포데모스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창당 당시 36살의 젊은 정치학자였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도 2015년 그리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를 당시 41살이었다.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을 공세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은 “남유럽 신생 진보정당들은 기존 사민주의 정당이 기득권 세력이 돼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에서 독자적 노선으로 그들과 경쟁하며 지지층을 뺏어왔다. 어설프게 연대하고 협력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회노동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포데모스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기본소득 도입’ ‘임차인 보호 방안’ 등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스 시리자 역시 집권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기존 집권당인 중도우파 신민주주의당은 물론이고 좌파 진영의 대표 정당이던 범그리스사회당까지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시리자는 집권 뒤 공약을 뒤집고 유럽연합과 긴축정책에 합의했고, 결국 4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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