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신임 국회의장(가운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대 국회가 국회법이 정한 일정에 맞춰 5일 개원했지만 미래통합당이 의장단 선출 투표에 불참하는 등 후속 일정 참여를 거부하면서 시작부터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여야 모두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나 두 당의 핵심 관심사가 법제사법위원장을 누가 갖느냐에 있는 만큼, 협상이 이어지더라도 양보 없는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단독 본회의’가 개의 1시간 만에 마무리된 뒤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모았다. 분위기는 싸늘했다. 박 의장이 “빠른 시일 내에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결단을 내리겠다”고 했으나, 양당 원내대표는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결국 만남은 신임 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상견례 정도에 그쳤다. 두 당은 오는 7일 오후 의장 주재로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원 구성 협상의 핵심은 법사위원장 자리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177석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최후의 제어장치’로 여긴다. 당연히 ‘절대 사수’가 공식 입장이다. 법사위를 여당에 양보한다면 주 원내대표는 불신임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상황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통합당에 내주면 정권 차원에서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여러 국정 과제가 번번이 발목 잡힐 것이라고 우려한다.
민주당의 의장단 표결 강행으로 양쪽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원 구성 협상은 더 지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은 공식적으로 상임위원장 선출도 ‘법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산회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법에 적시된 (상임위원장 선출) 날짜가 8일이다. 민주당은 법을 지킨다는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면 표결을 강행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모두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쪽 개원’ 직후 야당과의 합의 없이 상임위원장 자리마저 독식하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이 크다. ‘오만한 여당의 일방통행’이란 이미지가 굳어지면 민심이 순식간에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임위 배분은 최선을 다해 야당과 협상해 법정 시한까지 결론을 내는 것이 목표다. 다만 8일이라는 날짜가 5일 국회 개원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야당과 최대한 협상을 이어갈 방침임을 시사한 셈이다.
거대 여당에 대항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통합당은 이날도 여론전으로 맞섰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국민이 민주당을 1당으로 만들어준 의미는 야당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의회 권한을 독차지하라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당분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177석을 가져갔다고 위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행패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민주당 비판에 가세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모든 법안을 제1야당 없이 단독으로 처리할 계획이 아니라면, 지금의 ‘독주 모드’를 언젠가는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는 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발등의 불’인 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여러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원 구성 협상 카드를 내밀 것이란 관측이다.
김미나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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