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우원식 의원(오른쪽 두 번째)이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 위기 극복 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똑같은 얘기를 만날 때마다 하는 건 고역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0일 기자들과 만나 이 한마디로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전날 김부겸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터였다. ‘7개월짜리 당 대표는 되지 않겠다.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김 의원의 말은 대선 출마를 상수로 놓고 전당대회 출마로 방향을 잡은 이 위원장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상황이다. 김 전 의원을 만날 계획이 있냐는 기자들의 말에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은 그만큼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전대 출마를 선언한 우원식 의원에게 만남을 요청해 이날 직접 우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았고 전대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당권-대권 분리’라는 당헌 규정이 이 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비판하는 근거로 본격 제기되면서, 민주당의 세력구도는 ‘이낙연 대 반이낙연’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대선 주자의 당권 도전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자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위원장과 다른 경쟁자들 사이에 뚜렷한 선이 그어지는 모양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위원장이 왜 7개월짜리 당 대표에 나오지는 모르겠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성과를 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정말 어렵다”며 “당권 출마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입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대선이 2년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경쟁 열기가 달아오르는 데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다. 당내 최대 의견 그룹인 ‘더좋은미래’는 지난주에 이어 이날도 전대 문제를 놓고 의논을 했지만, 김 전 의원이 대권 불출마를 시사함에 따라 더이상 당권-대권 분리를 계속 논의하면 이 위원장 등 특정인을 겨냥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논의를 멈추기로 했다. 더미래 회장인 진선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집중하고 있던 우려가 이미 전달된 것으로 본다”며 “전대 출마하는 분들의 선택과 결정 단계로 넘어갔다 본다”고 말했다.
이낙연 독주 구도에 균열이 가자, 전대 출마를 접었던 송영길 의원도 번복 의사를 밝혔다. 송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그가 출마를 안 하면 당연히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 출마자들뿐 아니라 다른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기동민·박홍근 의원 등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의원 10여명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박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는 건 모두 알려진 사실 아니냐. 앞으로 박 시장의 행보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정기·부정기적으로 만나서 계속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쪽도 이르면 다음주쯤 이 지사 쪽과 가까운 의원들과 만나 당내 현안 등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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