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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슈퍼여당, 상임위 독식…견제장치가 없다

등록 2020-06-29 21:14수정 2020-06-30 02:42

여야, 원구성 협상 최종결렬
상임위원장 모두 여당 차지
1987년 민주화 뒤 초유사태

통합당 “국회 사실상 없어졌다”
소속 의원들 전원 상임위 보이콧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10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거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을 비롯해 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개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여야 협상 결렬로 인해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전석을 모두 맡게 됐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10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거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을 비롯해 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개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여야 협상 결렬로 인해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전석을 모두 맡게 됐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의 18개 상임위원장 독식’이 현실화됐다.

국회는 2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미래통합당 몫으로 예정돼 있었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모두 11개 위원회 위원장을 민주당 의원으로 선출했다. 지난 15일 민주당 몫으로 선출된 상임위원장 6자리를 더하면, 국회부의장 협의가 필수인 국회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전석이 민주당에 돌아갔다. 여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건 민주화 이전인 12대 국회(1985~88년) 이후 처음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훼손된 원 구성 협상으로 헌정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재한 가운데 최종 담판을 시도했으나 끝내 법제사법위원장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이에 박 의장은 “국민과 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더 외면할 수 없어 오늘 원 구성을 마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협상 결렬 직후엔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기로 했으나, 곧 입장을 바꿔 명단 제출을 거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결국 박 의장은 야당 의원들을 각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한 뒤 10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에 부쳤다. 이날 본회의엔 통합당을 포함해 국민의당 의원들도 불참했다. 정의당 의원들은 본회의엔 참석했으나 상임위원장 투표를 하지 않았다.

통합당은 협상 결렬 뒤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을 성토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다수라고 자기 뜻대로 해야겠다고 억지를 쓰는 이상 소수가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남은 일년여 뒤에 정권을 우리 스스로 창출할 수 있다고 하는 신념에 불탄다면 오히려 하나의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로 대한민국 국회는 사실상 없어졌고 일당독재, 의회독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애초 야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내정됐던 정진석 통합당 의원도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폭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국회부의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합당 의원들도 전원 상임위원 사임계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발엔 아랑곳 않고 곧장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상임위원장 선출 직후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경안 시정연설을 했고, 민주당은 이날 저녁 모든 상임위를 열어 밤늦게까지 추경안을 심사했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3일까지 추경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독주 구도에 우려를 표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87년 민주화 이후 전례 없는 경우다. 여당이 176석을 가진 적도,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진 적도 처음”이라며 “민주당에 위험한 상황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원철 황금비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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