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정당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지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두 당의 지지율 역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이 시작된 2016년 10월 이후 199주 만에 처음이다.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중립을 지키던 중도층이 통합당 쪽으로 옮겨간 게 결정적이었다.
리얼미터가 <교통방송>(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507명을 상대로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2.5%포인트),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7%포인트 떨어진 33.4%, 통합당은 1.9%포인트 오른 36.5%로 나타났다. 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지른 데는 중도층에서 지지도가 오른 영향이 컸다. 중도층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0.8%, 통합당 39.6%였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0.7%포인트 떨어졌지만, 통합당은 2.2%포인트가 올랐다. 두 당의 지지도 차이는 오차범위 안인 3.1%포인트지만, 중도층에서의 지지도 격차는 8.8%포인트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여당 지지도가 35% 밑으로 떨어졌다는 건 심각한 위기의 징후다. 중도층이 돌아선 게 핵심이다”라고 짚었다. 민주당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당 지도부의 한 중진의원은 “부동산값 폭등에 따른 피해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세금폭탄’이니, ‘집 살 기회가 영영 사라졌다’느니 하는 보수 쪽의 선동이 효과를 본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정권의 실정이나 부패가 만들어낸 근원적 위기가 아니라, 국민들이 상황을 오해해서 생긴 일시적 이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안에는 최근의 좋지 않은 여론이, 코로나19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부동산값 폭등, 호우 피해 등의 상황적 요인이 겹치면서 나타난 일시적 흐름이란 인식이 강하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 시장이 안정되면 지지도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애써 담담함을 유지하며 자세를 가다듬는 분위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는 하나의 추세로 참조하는 것이니, (이번 결과에 대해) 특별히 얘기할 필요가 없다. 묵묵히 미래를 향해서 당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전북 남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는 기관마다 (결과가) 다르다. 저희 (자체) 조사는 우리가 많이 뒤처지는 것도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우리가 노력한 만큼 국민이 알아주시는구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정기국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법안과 정책을 여당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열린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좋아하는 내색도 절대 하지 말라” “건배도 하지 말라”는 지도부의 당부가 있었다고 한다.
노지원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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