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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배진교 “기후정의·노동존중 등 가치 동의하는 세력 모여 제2 창당”

등록 2020-09-22 19:20수정 2020-09-22 20:22

정의당 당대표 후보 인터뷰③ | 배진교 후보
후보 중 유일한 현역 의원 강조
“앞선 정책으로 당원에게 희망 줄 것”
배진교 정의당 당대표 후보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배진교 정의당 당대표 후보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총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정의당에서는 ‘위기’를 넘어 ‘변화’를 이끌 당대표를 뽑는 선거가 한창이다. <한겨레>는 정의당의 새 ‘간판’이 되고자 나선 후보들을 연속으로 인터뷰한다. 정의당 당대표 선거는 오는 23~26일 당원 총투표로 치러지며 결과는 27일 발표될 예정이다. 게재 순서는 후보 이름(가나다순)과 상관없이 인터뷰 일정에 따른다.

권영길·심상정·노회찬·단병호·천영세….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배진교 후보는 2004년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이 국회 본청 계단으로 걸어가던 장면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두자릿수의 의원을 배출한 그 순간 배 후보는 역사적 감동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 정의당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배 후보는 “당의 가장 큰 위기는 소수 의석이나 지지율 답보가 아니다. 당원들에게 당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지고 좌절감이 쌓인 게 가장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의석수가 적어도 노동자·서민을 위해 일하는 정당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불안정노동자나 영세상인 등과 당이 어깨 겯고 싸우는 것에 미흡했고, 결국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정당이라는 신뢰감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배 후보는 당원들에게 다시 기대감을 심어주는 데서부터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수도권 최초의 진보정당 기초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된 경험과 현재 당대표 후보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나는 인천 남동구청장에 당선된 승리의 경험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현역 의원이 당대표를 해야 원내에서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협상을 원활하게 지휘할 수 있다. 또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 역시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더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는 ‘제2창당’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정의·노동존중·젠더평등의 세가지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과 개인, 단체가 모여 제2창당을 하고 2022년 대선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 후보는 “180석에 가까운 거대 여당이 등장한 것처럼 수구·보수 세력이 진보·개혁 세력을 압도하는 시기가 지났다. 민주대연합의 시대가 끝난 것이다. 이제 정의당은 정의당의 길을 걸으며 개혁 공조가 아니라 정책 대결에 나서야 한다. 정의당이 앞장서 정책을 내놓으면 다른 정당과 사회가 반응하는 ‘반향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놓인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배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앞서 말한 세가지 가치에 동의하는 정당·단체·시민이 참여하는 ‘서울시장 선거 원탁회의’를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연히 이번 선거에 귀책 사유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 배진교가 소개하는 배진교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 하나로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을 두루 거쳤다. 2000년에 인천 남동구 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로서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는 국회를 보며 직접 정치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민주노동당 창당과 함께 정치에 뛰어들어 2003년에는 인천 남동을 지구당을 창당하고 위원장이 되었다. 이후 지역에서만 8번 출마했다. 2006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여당 후보를 누르고 2위를 기록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0년에는 54.98% 득표로 남동구청장에 당선되었다. 수도권 최초의 진보구청장이었다. 진보정당도 집권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보건, 보육, 복지에서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놨고, 학부모 단체부터 재향군인회까지 남녀노소, 좌우에 구별 없이 지지받았지만, 2014년에는 1,217표 차이로 낙선했다. 낙선하고 나서 오히려 지역 팬클럽이 생겼다. ‘배짱’이다. 배짱 있게 정치하라는 뜻도 있고, ‘배진교 짱’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내 별명은 ‘배짱’이다. 나는 내 별명이 눈물 나게 좋다.

2020년, 비례대표 후보에 출마하여 최다 득표로 당선되었다. 당선 후엔 당의 위기, 민생의 위기 속에서 ‘재선 같은 초선’의 역할을 부여받고 정의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인생에 단 하나의 꿈이 있다면 바로 진보 집권의 꿈이다. 미래를 거꾸로 보고, 끝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방향을 잃지 않고, 흔들림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원칙주의자다. 진보정당에서 어느새 사라진 ‘집권’이라는 말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당대표 후보로 나섰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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