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경영계는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뿐”이라거나 “범죄자를 양산하는 법”이라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한겨레>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에 반론을 제기해봤다.
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사업주 처벌 형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 등 주요국과 견주면 한국 산재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현행 산안법은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대 7년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 산안법 위반 사건을 살펴보면 ‘징역 7년’은커녕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90%에 이른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노동자 사망 시 고용주에게 최대 징역 25년형, 법인에는 최대 6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원·하청 구분 없이 ‘상한 없는 징벌적 벌금’을 물린다.
② 중대재해는 사후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물론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법안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로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을 키워서 ‘안전 투자’가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을 기업에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재해가 벌어져도 말단 관리자만 처벌받고 기업이 부담하는 벌금도 500만원을 넘지 않아 “안전 투자는 비효율”이라는 공식이 작동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③ 예기치 않은 사망 사고까지 사업주가 책임지는 건 부당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에 정해진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노동자를 숨지게 한 사업주나 기업’만을 처벌하는 법이다. 안전·보건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노동자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도 책임을 방기한 사업주나 기업이 아니라면, 노동자가 사망하더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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