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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29일 이 법을 재발의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19대 국회 때 최원식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등 12명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우여곡절 끝에 2개월 뒤 발의가 철회됐다. 지난 6월 장혜영 의원 등 정의당 의원 6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 열린민주당과 기본소득당 의원이 1명씩 참여해 법안을 발의한 뒤 국가인권위원회가 6월30일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평등법(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권고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인권위가 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한 지 14년 만이다.
장 의원 등의 법안 재발의로 막혔던 차별금지법 제정의 물꼬는 트였지만, 5개월이 된 지금 국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장혜영 의원은 <한겨레>와 만나 “차별금지법이 상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정의당 의원이 없어 상임위 논의를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장 의원은 “이제 차별금지법은 정책이 아닌 정치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여당을 향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이 법안이 필요한 이유를 쟁점화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가만히 앉아서 민주당 의원들의 참여가 늘기를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인권위가 입법 권고한 평등법을 바탕으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현재 30명가량의 의원이 발의에 뜻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 10월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모임을 열어 평등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국감이 끝난 뒤인 지난 5일에는 일부 의원과 기독교계·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했다. 이상민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과거 발의를 하고 유야무야됐던 사례가 많기 때문에, 발의보다 사회적 공론화에 중점을 두고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법에 대한 오해가 커서 여러가지 사실과 다른 주장들이 나오는데,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법 제정에 반대하는 그룹과도 토론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부당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뜻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다. 평등법을 둘러싼 과도한 오해가 사라진다면 충분히 입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정부 발의 뒤 모두 일곱차례 발의됐다. 정부가 발의한 1건과 진보정당이 발의한 3건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2013년 두차례에 걸쳐 발의했다가 모두 철회했다. 대형 교회가 중심이 된 조직적 압박이 이어지자, ‘표’에 민감한 지역구 의원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입법이 무산된 것이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7월30일 오전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우산을 펼쳐 보이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계 등 법안 반대 그룹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차별금지법에는 강한 규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에는 형사 처벌 조항이 하나밖에 없다. 사용자·임용권자 등이 피해자에게 해고·전보·징계·퇴학 등 불이익 조처를 취할 경우,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차별금지법은 이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평등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히려 제재 수준이 높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한 이유를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차별금지법은 천지개벽을 가져올 법이 아니다. 효과가 있다면, 부당한 차별이 불법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차별을 줄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교나 군대 등에서 관련 정책을 세우도록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올해 초 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숙명여대에 합격했다가 입학을 포기한 경우나, 변희수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로 전역 조처된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할 때, 이들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차별금지법의 제재 강도가 크지 않다고 그 의미가 작은 것은 결코 아니다. 소수자들에게 제도적, 사회적 지지는 일상을 버텨나갈 수 있는 커다란 버팀목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환봉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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